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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Oct 14. 2020

서울 첫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등장

벽산빌라의 분양가는?

지난 9월, 서울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으로 적용 받는 정비사업 아파트가 나왔다. 올해 7월 29일부터 적용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서울 첫 적용 사례이자, 가로주택 정비사업장에도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이다. 첫 사례인만큼 향후 다른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동구 상일동의 벽산빌라(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이다. 벽산빌라는 현재 최고 3층, 총 5개동, 54가구이며, 재건축 후에도 100가구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정비사업장이다. 이 중 37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으로 이르면 이번 달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벽산빌라 분양가 책정 과정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한 가격에 가산비를 합산하여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 가운데 사업부지 땅값인 택지비는 지자체의 감정평가를 받은 뒤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감정원의 토지가격 검증 등을 거친 벽산빌라의 실제 분양가격은 평당 2569만원으로, 결국 조합원들의 기대치보다 낮은 금액이 책정되었다. 이 아파트는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3.3㎡당 2730만원으로 분양가를 통보 받았었다. 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판단한 조합은 분양을 미뤘다. 이 후 사업이 연기되면서 지난 7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하지 못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었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자 감정원의 토지가격 검증, 강동구의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거치며 분양가격이 떨어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 4월 말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적용 시기를 3개월 늦춰 7월 29일부터 시행했다.


벽산빌라의 3.3㎡ 당 평균 일반 분양가는 총 세 번에 걸쳐 최종 확정되었다. 벽산빌라 가로주택 정비사업조합은 7월 13일 강동구 분양가심의위원회에 평당 2800만원대 초반의 분양가로 분양가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여러 항목의 비용이 중복, 과도 계상되었다는 이유로 8월 19일 재심의 의결을 받았다. 조합은 이후 지적 받은 부분을 수정해 평당 분양가를 2700만원대 초반으로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심의위원회에 심의위원 10명 중 5명 밖에 참석하지 않아 과반 미달로 위원회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후 심의위원회는 9월 18일 벽산빌라 분양가를 재심의 했고, 9월 23일 평당 2569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통보했다. 

이는 조합이 처음 심의를 신청한 분양가에서 230만원(8.3%) 이상 내려간 금액이며, HUG가 제시한 가격보다도 161만원(5.8%) 낮은 금액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벽산빌라 조합원들에게 1인당 600~700만원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하였고, 전용 84㎡ 아파트 한 가구를 분양했을 때 가구 당 5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반면 분양가는 그 만큼 더 낮아지는 것이어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더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벽산빌라가 평당 2569만원의 분양가를 적용할 경우, 59㎡의 분양가는 약 6억 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인근 고덕센트럴아이파크 59㎡가 약 12억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 대비 5~6억가량 저렴한 수준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불분명한 분양가 인하에 대한 의문

그러나 벽산빌라 조합은 분양가 인하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강동구 분양심의위원회가 이 단지의 분양가 선정 기준과 과정을 조합측에 밝히지 않고 분양가만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합과 구청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벽산빌라 조합장은 설계심의 때부터 구역의 부지가 작아 소방도로를 못 내기 때문에 필로티를 하기로 했는데 그 비용을 기본형건축비 외 별도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이달 분양가심의를 받은 서초구 청광연립에선 별도 비용으로 인정해준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재심의 때 지적 받은 부분을 반영해 분양가를 수정했지만, 이번에는 국토부의 분양가 산정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낙찰률을 적용해 분양가가 깎였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상한제 도입과 분양심의 지연 등으로 분양 일정이 오랜 기간 미뤄졌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서 어쩔 수 없이 선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땅값 낮추기 위한 감정원의 감정평가 검토?

일각에서는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검토를 통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이후, 한국감정원이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를 의뢰받은 서울사업장은 벽산빌라를 비롯해 총 7곳이다. 그러나 감정원은 7개 사업장 모두 재평가 요청 판정을 내렸다. 택지비 감정평가액 감소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감정원의 감정평가 검증이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정평가가 다시 이루어진 7곳 중, 서초구 낙원, 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만이 기존 감정가액이 유지되었고, 나머지 6곳의 토지가격은 당초 감정평가액보다 떨어졌다. 


정비업계에서는 기본형건축비는 건드릴 수 없으니 감정원을 이용해 땅값을 깎으려는 의도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감정원에서 땅값을 낮추고, 지자체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가산항목들을 낮추면 분양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법으로 분양가가 통제된다면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조합원과 시공사의 부담이 늘고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감정원은 이에 대해 토지가격 산정은 공시지가를 기본으로 하지만, 시세와 괴리가 있다 보니 현실화율을 적용해 보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감정평가사가 보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해야 할 사례들을 선별적으로 취하거나 관련 서류 미비로 재검토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평가 규정 준수 여부를 따졌을 뿐, 토지가격을 일부러 낮추기 위해 재검토 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 절벽 심화

이러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둔 다른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동안 정비업계에서는 상한제의 분양가 산정 구조가 택지비와 건축비인 만큼, 택지비에 반영될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HUG의 규제보다 분양가상한제가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로 가면 지금보다 평당 수백만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벽산빌라의 분양가가 예상치 못한 항목에서 조정되면서 논란이 되었고, 이에 후분양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의 공급절벽은 더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해 분양 예정이던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와 조합 사정 등을 이유로 분양일정을 미루면서 서울 분양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확정되어 시장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와 강동구 둔촌주공 등 대단지들의 일정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들 단지는 선분양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최근 벽산빌라의 사례로 후분양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이 단지들이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서울 아파트의 공급절벽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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