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종합구상안
여러분은 ‘추억이 있는 역’이라고 하면 어떤 역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처음 친구들과 다같이 여행을 갈 때 들럿던 청량리역이 생각난다. 경춘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청량리역에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량리역은 이런 추억 속 여행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무려 109년의 역사를 가진 역으로, 오랜 기간동안 수도권 화물 수송 중심지의 역할도 수행했다. 이런 청량리역이 수도권 광역 교통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종합구상안을 발표했다.
현재 청량리역은 1호선, 수인분당선을 포함한 7개의 철도노선과 46개의 버스 노선이 연결된 곳으로, 하루 평균 무려 15만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환승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와 지하철의 환승 체계는 서비스 수준 D~E등급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청량리역 일대의 교통 혼잡으로 인하여 첨두시간 평균속도는 시속 20km밖에 되지 않으며, 노인 보행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교통 혼잡 외에 인프라적 문제도 예전부터 대두되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는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밀집하여 발전의 잠재력은 높은 반면, 고용·문화 등의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서울특별시,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종합구상안을 발표했다. GTX-B, C 노선의 개통과 함께 광역교통의 핵심지가 될 청량리역에 환승시스템을 구축하고, 일자리, 문화, 주거가 어우러지는 동북권 광역거점을 육성하고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종합구상안의 핵심 내용은 GTX-B, C노선 수평환승시스템의 구축, 청량리역 앞 버스환승센터 구축, 청량리역 일대 복합개발 등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청량리역은 현재 GTX-B와 C 노선이 교차할 것으로 예정되어있다. 그러므로 노선 간 별도의 이동 없이 동일한 승강장에서 바로 환승이 가능한 수평환승시스템을 구축해, 수도권 대중교통의 골격인 GTX의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금정역 1호선과 4호선, 김포공항역 9호선과 공항철도에 수평환승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또한 GTX의 운행시간과 배차간격을 조정해 두 노선 간의 환승 대기시간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초 단위의 환승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경기 동·북부에서 서울과 경기 남부로의 접근성 또한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예타안으로 진행이 된다면 GTX-B, C간의 환승을 위해서 약 75m를 수직·수평이동 해야하며, 이는 1분 15초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수평환승시스템으로 개선이 된다면 승강장 내에서 환승이 가능해지고, 환승거리 12m, 약 10초만에 두 노선 간 환승이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30년까지 환승수요 승객의 80% 이상이 GTX를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1호선, 수인분당선 등의 지상철도,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에서 GTX로의 환승이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GTX를 중심으로 한 연계교통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3~5분씩 걸리던 교통수단별 환승 시간 또한 2분대로 줄어든다.
위에서 말했 듯 현재는 청량리역 앞 왕산로에 버스정류장이 밀집되어 있어 교통이 혼잡하다. 정부는 이 곳을 버스환승센터 중심으로 재편해 버스와 철도 간의 환승동선을 줄이고, 교통혼잡과 보행자 안전사고 문제 또한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버스 환승센터를 통해 버스 중앙차로를 연결하여 교통흐름을 개선하고, 구리·남양주 방면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약 2km정도 우회해 교통혼잡을 야기하지 않도록 새로 노선을 짤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청량리역 광장 하부에는 대중교통 이용객들을 위한 통합대합실을 설치해, 환승 동선을 최적화할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공간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계획은 청량리역사 내부 개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량리역 일대 전체에 일자리, 문화, 주거가 어우러지는 복합개발 또한 추진할 예정이다.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와 함께 이곳 일대를 동북권의 균형발전과 성장을 이끄는 광역교통, 경제, 생활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홍릉연구단지와 인접 대학을 이용해 지역에 특화된 일자리를 창출,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상업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하여 청년주택과 문화시설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홍릉 일대는 바이오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이 곳을 바이오·의료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구축하고 바이오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자리와 임대 수요 또한 늘어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강북 재개발 사업의 핵심사업지인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전농답십리재정비촉진지구 내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면적 4만 1602㎡, 지상 65층, 지하 7층 규모로 앞으로 청량리의 랜드마크가 될 롯데캐슬 SKY-L65의 공사 또한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이 외에도 여러 주상 복합 건물과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량리종합시장 일대 도시재생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주거 환경 개선 및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집 값의 키는 GTX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GTX는 큰 호재로 작용하며 집 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GTX 이용을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가치가 크게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량리역 일대의 부동산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역 주민들 또한 청량리역의 발전과 집 값 상승에 기대감을 내비추고 있다.
실제로 전농뉴타운 재개발과 함께 들어서 전농동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크레시티는 59㎡ 기준 작년 상반기에는 8억대였지만, 현재는 11~12억에 거래되고 있다. 청량리역과 3분 이내의 거리에 길 하나를 두고 들어서 있는 미주아파트의 경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2~3억이 올랐을 정도다.
청량리역은 11개의 철도노선을 중심으로 하루 30만 명 이상이 모이는 교통의 허브이자, 일자리·문화 등이 어우러진 수도권 동북부 최대 광역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의 합동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구상한 계획들이 모두 차질없이 추진되어, 하루 빨리 많은 시민들이 더 편리하게 청량리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수도권 교통허브로 재탄생 할 청량리역의 발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