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을 공개하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중 현실화율 90% 달성 정책을 책정할 것이라고 시사했었다. 현재 69%정도인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재 시세가 15억원 이상인 아파트의 경우 2025년까지, 9억 이상 15억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도달하여 2030년까지 90% 달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 이후 거센 반발이 몰아쳤고, 11월 3일 오전 2030년 반영률 80% 조절안을 좀 더 비중있게 재검토한다는 기사가 있었으나, 오후에 최종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방안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오늘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텐데, 알아보기 전에 공시가격의 개념과 중요성, 현재 문제점 등을 필자의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공시가격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읽어보고 오면 좋을 듯하다.
https://blog.naver.com/tankerfund/222124207815
공시가격은 정부가 산정하는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되는 가격이다. 세금부터 행정, 복지 판단 기준, 부담금 등 매우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렇기에 ‘현실화율을 높여 정확한 세금 산정과 복지 대상자 선정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일까?
공시가격의 인상으로 같이 인상되는 조세는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록면허세, 증여서 건강보험료…. 등 너무 많다. 실제로 공시가격을 90%로 올린다면 현재 반영률에서 약 30%가 오르게 되는데 이 경우 지역가입자 평균 건강보험료는 13.4%가 인상된다고 한다. 또 집값이 그대로여도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주택 보유세가 5년간 세 배가 늘어나는 것이 발표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고가, 중저가를 가리지 않고 1주택자마저도 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산세의 경우 한 번 지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다주택자에게만 가해지는 규제가 아닌 실수요를 위해 거주하는 1주택자마저도 그 세금부담을 피할 수가 없게 되기에 이렇게 강력한 반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고 또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가주택의 기준은 9억원인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이 9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더 이상 9억원의 아파트는 고가 주택인 것이 아니라 중간 값인 상황이 된 것이다. 고가 주택에 더 강력하게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현상황에서 조세부담의 증가의 대상과 그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가주택, 1주택자 할 것 없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1월 3일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으로 결정지었다. 국민들의 과도한 조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감면책인데 지방 대다수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에 못 미쳐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시가 8억~9억원에 해당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작업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 나서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공시지가 결정권을 국토부가 아닌 지방정부로 넘겨야 한다”며 ”당장 내년부터 공시지가를 90%을 현실화시키도록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정확한 세금 산정을 위해 빨리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시가격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정확하게 세금을 부과한다면 이렇게 큰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인데, 사람들이 반발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공시가격은 1년에 1번씩 산정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급등이나 급락과 같은 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며 반영하더라도 일부만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과 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첫번째로 공시가격보다 실거래가가 더 낮은 경우.
실제로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공시가격보다 더 아래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있어왔다. 이런 사례는 주로 고가아파트에만 해당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저가 아파트 등 가리지 않고 발생해왔다. 내가 가진 가치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 공시가격이 이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개별공시지가(땅값)가 개별주택공시가격(주택+땅값)보다 높게 나오는 역전현상.
저번 게시글에서 자세히 다뤘었는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표본의 부족으로 전체를 반영하지 못해 땅값이 땅값+주택값보다 비싼 경우가 2020년 전체 공시가격의 30%에서 발생한 것이다.
공시가격이 전체 표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번 현실화율 제고 방안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시가격의 사용 범위를 생각해보았을 때 시세 현실화율 제고는 물론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 전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높일 방안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는 유형별(공동주택 vs 비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산정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만 공개하고 있는데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는 지역별(수도권 vs 지방), 가격별(저가 vs 고가)에 따라 제각각인 공시가격의 산정기준과 절차에 대해 공개하여, 시장에서 공시가격 산정을 사람들이 검증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공시가격의 정확성, 신뢰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정기준, 검증체계 등 공시가격 시스템 전반의 공개가 시세 현실화율의 형평성 개선에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목표로 하는 현실화율이나 도달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는데 계속해서 지켜보며 파악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