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집중하자, 빌라 거래량 급등
최근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더구나 전세 품귀현상도 이어지며 전세가도 굉장히 높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어서, 서울권 청약을 노리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서울에 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 3040세대는 서울에 집을 구매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게 보통이다. 결국 이 3040세대는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갭투자를 노리는 투자자 역시 빌라를 찾고 있다.
기본적으로 빌라가 아파트보다 저렴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파트는 보통 건설사의 브랜드 값, 놀이터, 주민커뮤니티 등의 공동시설의 토지 값을 포함해 분양가격을 매기는데, 빌라는 중간 마진 없이 건축주가 직접 건축해서 빌라의 분양가가 저렴하다.
2. 보통 빌라는 결로나 외풍에 취약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나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고 주차공간의 협소, 관리인(경비, 청소 등), 쓰레기 처리 불편 등의 문제가 있다. 때문에 빌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되어 가격 상승이 드물게 일어난다. 반면, 아파트는 이런 문제들이 거의 없고 편의시설도 많이 갖추고 있어 살기 좋다.
3. 아파트는 환금성이 좋다. 아파트는 비슷한 다수의 가구가 밀집되어 평형이나 시설이 규격화 되어있고 국토 실거래가 조회만 해봐도 시세를 비교하기 용이하다.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도 쉬워 거래의 안정성이 높다. 반면 빌라는 대출을 위해 감정평가를 해야 하고 그 금액이 생각보다 적으면 대출이 적게 나와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이유들로 아파트에 비해서 빌라가 저렴한 가격대가 형성된다. 저렴한만큼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안고 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하려 노력하는데, 올해 들어 빌라거래량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대출이 어려워진 반면, 빌라 등의 다른 주택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도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빌라는 비슷한 면적에 인접한 아파트의 60% 미만의 가격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가가 60%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파트 전세금에 좀 더 돈을 보태면 근처의 빌라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빌라 선호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 1~5월까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랑은 3~4000건 수준에 머물렀지만, 6월 6천건으로 급등하더니 7월엔 7천건을 넘어섰다. 덩달아 매매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갭투자자들도 빌라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아파트 갭투자를 못하게 막으니 빌라나 다세대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5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매물도 있다고 하니 갭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일만 한 것 같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했으나,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게다가 7.10 대책에서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 개편했으나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추가로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이 다세대/연립주택의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빌라를 소유하고 있으면 공공재개발 시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아파트 값이 폭등했고 전세까지 귀해져 규제를 피해 빌라,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곳에 규제를 집중하니 풍선효과로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상황이다. 정부측에서 손을 쓰기 전보다 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속에서 어떻게 해야 주택 시장이 안정화가 될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