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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Jan 18. 2021

내 집 마련위해 공인중개사 대신 경매장 찾는 젊은이들

올해 전국 부동산 경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2.8%포인트 올라 3년 만에 반등했다. 이는 아파트 낙찰가율이 95.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2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69.9%) 대비 2.8%포인트 오른 72.7%로 집계됐다. 2017년 이후 하락하던 낙찰가율이 3년 만에 오른 셈이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매물은 역시 아파트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낙찰가율은 95.2%로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6년에 92.3%를 기록 후 하락하던 추세에서 4년만에 반등이 일어났다. 


이런 변화가 4년만에 일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경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에 대해 법원에 경매신청을 하면 법원에서는 이를 검토해 경매개시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약 6개월 후에 입찰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기간 동안 감정평가를 통해 최초 감전가가 정해지는 방식이며, 만약 채무자가 채무 변제를 끝내면 경매는 취소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법원은 입찰 공고를 낸다.

법원이 입찰일을 결정하고 공시의무에 따라 입찰 2주 전에 법원경매정보 홈페이지에 공시를 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도 어떤 물건이 경매에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네이버에서 사건번호를 검색하면 기본적인 경매 정보를 알 수 있다.


이제 경매 입찰일이 되어 경매법정에 입장하면 입찰서에 입찰금액을 서서 경매보증금(입찰 최저가의 10%)을 현금으로 동봉해 입찰함에 넣는다. 이렇게 모인 입찰금액을 동시에 확인하여 최고 입찰금액을 적은 사람에게 ‘낙찰확인증’이 주어지게 된다. 이후 법원이 낙찰자의 경매 자격을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낙찰허가’를 받게 된다. 낙찰자는 낙찰허가를 받고 한 달 이내에 잔금을 법원에 납부하면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 경매를 하는 이유는 잘만 하면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입찰일보다 수개월 전이어서 요즘처럼 한 두 달 사이 집값이 오르는 상승장이라면 감정평가 가격이 실거래가보다 저렴하게 형성되는 편이다. 게다가 경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이어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일반적인 부동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 상승세가 거세고 각종 규제가 많아진 올해 부동산 경매가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매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일단 집값이 떨어지는 하락장에서는 경매를 통해 집을 구하는 것이 손해일 확률이 크다. 

-다세대나 연립주택 경매의 경우 물건의 내부구조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파트의 같은 평형의 경우 구조가 동일하고 위치는 지도로 확인할 수 있지만 다세대나 연립의 경우 직접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내부 구조를 알기 어렵다. 게다가 세입자가 집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발품을 팔아도 집 내부를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등을 통해 탐문하지 않는 한 가치평가가 어렵다.

-입주인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채무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에 세입자가 반발하며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런 경우 법원을 통해 합법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대면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를 얻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연도별 법원경매 진행건수 및 낙찰가율)

최근 경매시장의 동향을 보면 서울의 경우 1월 99.4%, 2월 100.6%로 강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법원이 휴정에 들어가면서 3월 88.3%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4월에는 입찰이 재개되고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몰려 105.4%로 회복됐고, 8월까지 꾸준히 100%를 상회했다. 2차 휴정 조치가 내려진 9월에는 다시 낙찰가율이 89.5%로 떨어졌으나 이후 10월 111.8%, 11월 108.4%, 12월 110.0%로 연말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1∼2월 4.8명, 7.9명에서 3월 1.0명으로 떨어졌다가 4∼5월 5.0∼5.4명, 6∼7월 8.1∼8.5명, 9월 4.4명, 12월 9.2명으로 연말에 다시 관심이 집중됐다

3분기까지 서울 외 지역의 경매시장은 조용한 편이었으나 정부의 규제를 피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으로 투자 수요가 눈을 돌리면서 4분기 경기도 김포, 파주, 울산, 부산 등의 경매시장도 들썩였다. 김포의 경우 8월까지 90%대 초중반에 머물던 아파트 낙찰가율이 9월 100%를 넘겼고, 11월 131.2%까지 치솟아 과열 양상을 보였다. 파주도 10월까지 100% 아래에 머물렀으나 11월 108.1%로 급등했다.

지지옥션은 "작년(2019) 경쟁률 상위 10개 물건 중 비수도권 물건은 2개에 불과했으나 올해(2020) 전주 아파트를 비롯해 6개가 들었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포가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건너편인 파주 인근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하여 같은 달 파주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도 14.3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비교적 저렴한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편이었는데 규제를 받지 않은 지역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의 도시들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울산·부산 내 비규제지역 아파트 역시 하반기 경매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부산의 아파트 낙찰건수는 159건에서 257건으로 늘었다. 낙찰가율도 93.7%에 97.2%로 상승했다. 울산 역시 낙찰률이 38.6%에서 50.9%로 10%포인트 이상 올랐고 낙찰가율도 79.1%에서 96.3%로 17.2%포인트 급등했다.   

                 

응찰자 수도 많았다. 울산 남구 옥동 동덕현대아파트(낙찰가율 154.9%)와 같은 구 달동 주공아파트(낙찰가율 137.5%)에 50명 넘는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의 규제를 피해가는 이른바 ‘핀셋 경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아파트 경매의 인기에 힘입어 20~30대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경매법정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요즘 신용대출까지 '영끌'해서 아파트를 사고 있지 않냐.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부동산 경매를 알게 됐다."

이날 열린 경매법정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속에도 100여명이 몰렸다. 과거 중년들의 전유물이던 경매법정에 부동산 과열 때문에 힘들어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몰렸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사람 중 절반 가량은 20~30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오르는 집값과 강력한 규제속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이들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경매에 몰려들고 있다.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으며, 조정지역 내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의무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경매시장의 인기는 더하면 더해지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혹시 경매시장에 참여하려 거든 무턱대고 진입하기보다는, 경매가 어떻게 진행되고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아본 뒤 참여하여 현명하게 집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수를 했을 경우 법원이 구제해줄 수 없기 때문에 잘 공부하고 준비하여 경매를 진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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