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집값 상승, 고양시는 어떻게 변화할까?
올 1월 들어 경기 고양시의 집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2월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인 창릉 지구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GTX-A노선 창릉역 신설 계획을 확정하자, 창릉역을 낀 덕양구 일대 아파트값이 치솟은 것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고양시의 집값 상승률은 0.68%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봐도 고양시 집값 상승세는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1% 이상 오른 지역에 ▲일산동구 2.66% ▲덕양구 1.62% ▲일산서구 1.15%로 고양시 3개 구(區)가 모두 해당됐다.
이 중 교통대책 발표 전후 약 20일 사이에 매매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덕양구 도내동 도래울마을이 ‘불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자료=땅집고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덕양구 도내동에 위치한 고양원흥동일스위트 공급면적 112㎡(34평) 아파트는 5일 11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창릉역의 예정 위치가 용두동 화랑 사거리 인근으로 알려졌는데, 도래울마을은 화랑 사거리에서 직선거리로 700m~2㎞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원흥동일스위트(1257세대), 도래울마을4단지(598세대), 도래울파크뷰(1392세대), 도래울센트럴더포레(1193세대) 등이 인근 아파트 중에서도 창릉역 신설의 수혜 아파트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 단지는 입주 4~9년 차로 비교적 신축에 속하는 아파트인 것도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창릉역 발표 이전 최고 매매가가 9억 원(12월 19일 거래)인 것을 감안하면 2주 사이에 2억 원가량 상승한 셈이다.
입주 4년 차인 고양원흥동일스위트는 원흥지구에서도 가장 신축에 속하는 아파트로, 현재 이 아파트의 동일평수 매물 27건 중 최고가인 16억 5000만 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원흥도래울 4단지 공급면적 82㎡(24평) 아파트는 지난 2일 6억 45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전 최고 매매가 5억 6000만 원에 비해 1억 원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GTX 창릉역 발표 직후 도래울파크뷰 공급면적 111㎡(33평)은 7억 5000만 원에, 같은 평수의 도래울센트럴더포레는 7억 1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그 전 최고가에 비해 약 각각 5300만 원, 6300만 원 상승했다.
이처럼 도래울마을과 원흥지구는 GTX-A 덕분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원흥지구만큼은 아니지만 삼송지구, 지축지구 역시 고양선 등의 교통 호재를 흡수한 데다 창릉역 신설 발표 여파로 매매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삼송원흥역센트럴푸르지오,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는 각각 호가를 17억 원, 13억 원까지 부르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자료=땅집고그렇다면 고양시의 집값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첫 번째는 역시 교통망 관련 호재 때문이다. 고양시는 현재 철도, 버스, 도로 할 것 없이 교통망 전체가 개발되고 있다.
먼저 새절역과 고양시청을 잇는 고양선은 당초 대곡역을 경유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GTX 창릉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대곡역 대신 창릉역 환승으로 변경됐다. 고양선은 2024년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 밖에도 철도 소외지역 간 연계를 위해 대곡~고양시청, 식사지구~고양시청은 신교통수단인 트램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또 버스를 이용해 인근 지역으로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도시 남북에 위치한 중앙로와 통일로 간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연계를 위한 버스전용 차로도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간선-지선버스와 버스-철도-PM(개인형 이동수단) 등 다양한 이동수단 간 환승이 가능하도록 화전역 환승시설을 설치하고, 중앙로 BRT(대화~신촌) 정류장과도 연결해 환승이 가능하도록 배치할 계획이다.
도로교통 개선을 위해 일산~서오릉로 연결도로를 신설하고 서오릉로는 확장한다. 또 서울 방면 주요 교통수요 분산을 위해 중앙로~제2자유로 연결로를 신설하고, 수색교는 9차로로, 강변북로는 12차로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렇게 광역교통개선대책이 개선되면 창릉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40분에서 10분으로, 여의도까지는 50분에서 25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 주요 지역까지 이동시간이 대폭 줄어들기에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두 번째는 자족도시로 조성될 창릉신도시 때문이다.
창릉신도시는 기업 시설이 풍부한 수도권 서북부 일자리 거점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면적의 37% 정도인 130만여㎡가 자족용지(기업·일자리 용지)로 조성되며, 이는 판교의 2배가 넘는 규모로 놀라운 크기를 자랑한다.
자족용지 인근에는 창업 주택 등을 배치해 직주근접형 자족도시 모델을 실현시킬 예정이며, 공공지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 등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기업지원 허브, 성장단계 기업을 위한 기업성장지원센터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건설·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창릉신도시는 도시 중심을 흐르는 창릉천과 군부대가 있던 망월산 등을 활용한 친환경 생태 주거단지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런 계획 덕에 집값이 꾸준히 오르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반가워하지 않는 지역도 있다. 바로 일산 지역 일대의 주민들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GTX역 접근성이 창릉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문제이다. GTX-A 정차역이 중심부에 들어서는 창릉신도시와 달리 일산은 킨텍스 인근(아래 빨간 동그라미)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역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집값 하락 우려 때문이다.
향후 창릉 신도시에 들어설 신축 아파트들에 GTX 이용이 일산보다 용이하기에 비교적 가까운 일산지역의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침체기였던 일산 일대가 최근 집값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창릉의 가치를 더 높일 방안이 나온다니 집값이 꺾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일산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일산은 지금도 서울 출퇴근이 어려운 환경인데 3기 신도시에 새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교통호재가 몰리면 수요자가 빠져나가 다시 부동산 침체기를 맞을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TX의 창릉 경유가 당장 일산 지역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GTX 노선과 창릉신도시 조성으로 일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실제 건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산 등 주변 지역에 급격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내년에도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사람들이 경기 인접 지역의 중저가 주택 매수를 계속 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산이 자족기능이 약한 데다 지은 지 오래된 단지가 많아 향후 3기 신도시가 완성되고 나면 격차가 벌어질 수는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일산 주민들은 집값 하락은 필연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창릉신도시가 들어설 고양시 덕양구가 과거에는 서울에 인접해 있음에도 빛을 보지 못했지만, 현재는 새로운 주거벨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선 대형 교통 호재로 인한 매매가 상승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이어서 안정이 필요한 시기인데, 창릉신도시에 대한 교통대책이 집값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냐는 이유에서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고양시에 대형 호재들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는 고양시 삼송, 원흥, 지축, 향동 등 지역과 창릉신도시의 인프라가 시너지를 발휘해 초대형 신도시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고양시가 판교에 버금가는 경기도 북부의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