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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Feb 10. 2021

실거래가 공개를 악용한 신고가 경신, 못하게 막는다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자이 1단지’ 전용 85㎡는 지난해 11월 13억 3,000만 원의 신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직전 최고가 거래(10억 9,000만 원) 대비 22%(2억 4,000만 원)나 크게 올랐다. 이 계약은 한 달 뒤 취소됐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그대로 남았고 이후 주변 단지 호가는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신금호파크자이’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9일 16억 8,000만 원의 신고가 거래가 등재됐지만 열흘 후인 같은 달 29일 계약이 해제됐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창동주공3단지’ 전용 49㎡의 신고가 거래(6억 5,000만 원)가 지난해 12월 14일 등재된 뒤 올해 1월 21일 취소된 것으로 정정됐다.
 
 최근 규제지역 ‘풍선 효과’로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일산서구 ‘문촌마을18단지’ 대원 전용 130㎡가 지난달 22일 8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일주일 만에 취소 신고됐다. 김포 풍무동, 파주 금촌동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해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던 충남 천안에서는 지난해 12월 15일 8억 2,500만 원에 신고가로 계약된 '천안불당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가 같은 달 31일 계약 취소되기도 했다.

이런 거래를 모두 ‘수상한 거래’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실거래가보다 크게 높아진 가격의 거래가 게재되면 기존 매물들의 호가도 덩달아 뛰면서 결국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입는 셈이다. 이후 계약이 취소됐다고 해도 호가는 이미 전체적으로 높아져서 실제 시세보다 더 비싸게 거래될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한 일에 대해 지난달 11일 김승수 전주시장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후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아파트 거래를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해 모두 66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분양권 불법 전매 등 30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나머지 거짓 신고 등 7건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탈세가 의심되는 29건은 세무서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222건에 대해 1차 조사한 결과다. 이후 2차 조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불법 행위는 대체로 ‘부동산 자전거래’ 형태로 이뤄진다.

자전거래란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로 증권회사가 같은 주식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내어 매매거래를 체결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부동산 자전거래 역시 비슷하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가 위장 매수인과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 가격을 실거래가보다 높게 신고한다. 이후 계약을 파기해버린다. 이렇게 하면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에는 파기되기 전 신고된 높은 가격이 반영되어 일반에게 공개된다. 하지만 계약 해지가 된 내용은 등록이 안되기 때문에 거품이 낀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 것으로 일반인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국토부 실거래 조회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계약서 작성만으로 실거래를 등록하고 언제든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매일 신고가를 갱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거래 취소는 한 달 내에 하면 수수료도 없을 뿐 아니라 수수료가 있어도 그 이상으로 집값을 올려버리면 그 정도 손해는 별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국토부의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의 맹점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계약서 작성만으로 실거래를 등록하고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일 신고가를 갱신한다. 주택시장은 국토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일제히 올라, 마치 그게 실제 시세인냥 움직인다. 실거래 조작 몇 번이면 몇 달 새 몇억 원씩 집값이 뛰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며 6억 원 아파트를 7억 원 올려서 파는 방법도 소개했다.

“시세 6억 원짜리 아파트 실거래가를 누군가가 7억 원에 등록하면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신고가가 등장하고 부동산 시세가 1억 원이 상승한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6억 5000만 원에 내놓고 매수자가 나타나면 얼마 뒤 7억 원이었던 신고가는 삭제되고, 6억 5000만 원 거래됐던 가격이 신고가가 된다"며
"이렇게 호구 한 명이 걸리면 가격은 5000만 원, 1억 원씩 급등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진짜인지도 모를 호가를 시세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세금까지 다 낸 거래 건에 대해 실거래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시장교란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1개월 이내에 관련 지자체에 신고하고, 계약 취소 때도 사유 발생 1개월 이내에 신고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현재는 주택거래 계약이 쥐소 되면 해당 정보가 삭제되는 것에서 그쳤는데, 앞으로 내달 1일부터 실거래로 신고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정보 삭제와 함께 해당 거래가 해지된 사실을 표시, 해제사유 발생일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투기꾼들은 한 달 이내에 다양한 이유를 붙여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만 하면 상황은 종료된다"면서 "이날 국토부 후속대책을 적용해도 투기꾼들은 계약해지를 알려야 하는 기간인 한 달 직전까지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최근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주택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시장교란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 달로 돼 있는 신고기간을 일주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국토부 대책은 `땜질 처방`도 되지 못하는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 청원이 올라온 14일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국토부에서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교적 빠르게 문제점을 인정하고 수정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급하게 내놓은 대책이기에 아직은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투기꾼들은 늘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하기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을 거쳐 빈틈없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거품 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이런 대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국토부가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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