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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Feb 12. 2021

최대 규모 83만 호 공급 예정. 2.4 대책

관건은 주민 동의와 속도

지난 4일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확대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 계획은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에 2025년까지 신규 주택 83만 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급 대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이 주도하여 공급을 하던 주택시장에 공공이 공급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 가구, 수도권에 61만 가구, 지방 5대 광역시에 22만 가구 등 약 83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3기 신도시에 들어설 127만 가구를 합하면 약 210만 가구로 역대 정부 최대 수준의 공급계획이다.


정부는 ‘공공주도’라는 표현을 앞세웠다. 현재 대도시 인근 신규 택지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 도심의 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토지 소유주의 사업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이 주도하여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면 소유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공공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공이 개입하여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여 소유주들의 참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민간의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은 소유주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인허가 심의도 받아야 한다. 때문에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시간과 심의가 진행되는 시간 등을 합하면 정비사업이 시작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동의를 얻지 못하여 사업이 진행되지도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공공의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면 소유주의 66.7%의 동의를 얻으면 되므로 동의를 얻어내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그리고 인허가 심의는 지자체가 통합하여 심의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듯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이런 메리트도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개입을 한다는 것은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는 공공이 챙겨가겠다는 것을 뜻하고, 이를 원치 않는 소유주도 존재할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설득 안은,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역세권의 용적률 최대치인 400%를 700%(2배에 가까운 수치)까지 상향하고, 일조·채광 기준도 낮췄다. 용적률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도 15%를 넘지 않도록 고정하고, 이 기부채납 물량은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자가주택, 공공상가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토지 소유자에게 기존보다 10~30% p 높은 수익률과 아파트, 상가를 우선 공급하는 등의 추가 수익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부담능력이 부족한 토지주, 세입자, 영세상인 등에겐 공공자가주택 공급이나 대출 지원 등의 맞춤형 대책도 준비 중이다.



또한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역시 공공이 직접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집 블로그에서도 많이 다뤘듯이 공공정비사업은 조합원의 과반수가 동의를 하면 사업 진행이 가능하며, 조합원들은 2년을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으며 초과이익 환수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이득이 있다. 게다가 시공사 선정 권한이 주민들에게 있어서 LH, SH 등의 공공 건설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건설사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법적 허용 용적률은 올리고, 규제(초과이익 환수, 2년 실거주의무 등)는 줄이며, 사업 속도는 빨라지고, 좋은 시공사가 건설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좀 더 많은 장점은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가는 이런 공공정비사업 통해 확보한 주택을 공공분양 위주로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공분양은 70~80%, 공공임대나 공공자가주택은 20~30% 비율이며, 이 기준은 공공이 직접 수행하는 정비사업에 대해서만 적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공공분양 일반공급 비중을 변경했다. 기존 9억 이하의 전용 85m2 이하 주택의 경우 전체 물량의 85%는 *특별공급이었고, 나머지 15%만 일반공급 대상이었다. 

*특별 공급은 다자녀, 노부모, 신혼, 생애최초, 유공자 등이 해당된다.

이런 현행 체제의 단점은 신혼부부에, 아이가 둘 이상 있지 않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적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주택 수요층인 30~40대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일반공급 물량을 50%까지 확대하여 이들의 주거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행 체제에서는 전용 85m2 이하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경우 100% **순차제였는데, 30%는 추첨제를 통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신 참여요건은 3년 이상 무주택세대 구성원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순차제: 3년 이상 무주택자로서 저축총액이 많은 자로 당첨자를 선정

이를 통해 공공분양을 생각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주택공급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국가에서 로또 청약을 더 늘리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최대 규모의 공급대책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을 대규모 공급을 통해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장 오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당장 살 집이 필요한 거지 2025년에 살 집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5년까지 공급하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계획일 뿐이고,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 계획에 딱 맞춰서 시행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현 정권 말기에 나온 민심잡기용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열악한 주거유형의 대명사인 고시원(좌)이 리모델링을 통해 ‘셰어하우스’(우)로 변신한 모습 [출처 = 서울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나마 빠르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비주택을 준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이 있다. 

오피스, 숙박시설, 고시원 등을 매입해 리모델링해서 기숙사 형태의 준주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공급 물량의 1/8인 10만 호에 해당한다. 이 계획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2025~2028년 예정된 3기 신도시의 대규모 공급 물량(127만)과 이번 2.4 대책의 공급물량(83만)이 비슷한 시기에 풀린다면 공급이 과잉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미분양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과한 공급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는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방안도 대책에 포함시켰다. 이전에 블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투기수요가 몰려들어 빌라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불상사가 발생했었다. 이에 정부는 어느 지역에 공급을 진행할지 이번에는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주택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사업 예정지의 가격동향을 점검하여 가격이나 거래량이 10~20% 상승하는 경우 투기 세력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해 공공사업 대상지에서 제외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밝혔다. 그밖에도 각종 불법행위나 실거주, 실 경영 목적 외 수요를 제한하는 등 투기 억제를 위해 힘쓸 예정이다.


5일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2.4 대책을 보고 기존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 등이 실망했다는 뉴스에 “저희는 선택권을 드린 것이고, 강남권 조합에서도 이미 문의가 많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개발가용지의 분석이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개발 가용 총량이 281만 가구나 된다. 결국은 땅과 건물 주인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의 문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공급 대책은 ‘얼마나 많은 수의 땅, 건물의 소유주가 사업에 참여하는지’에 달렸다. 과연 정부가 예상한 물량을 맞출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내놓았던 대책은 오히려 집값에 불을 지피는 꼴이었는데 이번 2.4 대책은 계획대로 신속하게 공급을 진행하여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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