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고림지구의 초·중학교 설립 ‘산 넘어 산’
용인시 처인구 고림지구 내 (가칭)고유초‧중학교를 2023년까지 개교한다는 목표로 교육당국이 중앙투자심의를 준비 중인 가운데, 새로운 암초를 만나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고림택지개발지구 입주민(가칭, 고유초·중학교 추진위) 120여 명이 “학교용지는 비어 있는데 학교 설립은 안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지구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신설이 시급하다며 단체 행동에 나선 바 있다.
입주민들은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초등학교에 임시 배정된 학생들이 농로나 모텔을 지나야 해 통학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은 데다, 셔틀버스 이용도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수업시간표 대로 배차되지 않으면서 셔틀버스 이용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용인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월 중 고유초‧중학교 자체 투자심의를 거쳐 교육부 중앙투자심의(이하 중투)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투를 통과한다 해도 교육환경보호법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이 법은 학교부지 200m 이내에 규제시설인 악취시설(제9조 5항)과 도축업(제9조 10항)이 있으면 학교 설립은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해당 지역 학교 예정지에는 저촉 업종 2개 사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해당 업체에 이전계획을 묻는 공문을 보낸 상태지만 아직 답이 없다”며 “중투에서 통과한다고 해도 업체 이전이 안 되면 취소될 수 있으며 학교를 설립한다 해도 개교는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용인시 고시(제2008-293호)를 통해 고림동 해당 지역을 용인도시관리계획상 제1종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하고 택지개발의 길을 터 준 용인시도 21일 관련부서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해당 기업에 이전을 촉구할 뿐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공장 이전에 따른 보상 가격이지만 민간 건설업체와의 입장 차가 큰 가운데 중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은 학교 설립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다.
택지지구 지근거리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설립된다는 계획을 믿고 입주한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학군 내 일부 초등학교 등이 과밀 상태라는 이유로 학군 외 먼 거리 통학을 하는 실정인 데다 통학로가 없는 위험천만한 길을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임시 배정된 셔틀버스가 있지만 코로나 19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당 지역의 학부모들은 이달 초 용인시 시민청원을 통해 백군기 시장에게 고림지구 공장 이전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또한 고림지구 공장 이전 협의가 안 됨에 따라 외곽도로 개설도 중단된 상황이다.
하천변 외곽도로는 실시인가 후 수용보상까지 완료했지만 D산업 등이 공장 영업 지장 문제를 제기해 명도 해결이 안 되는 바람에 도로개설조차 미뤄지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교육부는 ‘적정규모 육성’이란 정책을 통해 도시개발 등에 따른 학교 신설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 출산율 저하에 대비해 학교 설립을 억제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고림지구는 최근 진덕지구까지 합쳐 7000여 세대가 형성돼 학교 설립요건을 갖춘 상태다.
이에 지난해 11월, 용인시 처인구 고림지구 '고림 양우내안애 에듀퍼스트'(1,098가구) 단지 입주자들은 단지 앞 초·중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입주자 최 모씨(45)는 "양우건설이 단지명을 에듀퍼스트로 걸면서 2019년 입주 시점에는 지구 내 초중학교가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며" 현재 단지 내 어린아이들이 2곳의 초등학교에 나눠, 버스로 등하교하는 실정이다"라며 호소했다.
인근 '고림 양우내안애 에듀파크'(737가구) 단지 입주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 모 씨(52)는 "2018년 4월 입주한 지, 2년 반이 지나도록 인근 학교용지 내 기존 건물이 그대로이고, 잡초만이 무성하다"며 "에듀퍼스트 주민과 함께 시민청원을 통해 학교 신설을 요청 중이나,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입장이 변한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5년 전인 2015년 12월 계약자다.
이러한 고림지구의 '양우내안애 에듀퍼스트'와 '양우내안애 에듀타운' 등 2개 단지는 현재 매매가 뜸한 편이나 전용 84㎡형의 실거래가가 4억 5,000만 원 내외에 달한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까지 미분양 상태였으나 최근 1년간 매매가가 1억 원 이상 급등한 상태이다.
이처럼 총 4500여 가구가 계획된 고림 지구는 최근 주거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신흥 인기 주거지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또한, 진덕지구, 보평지구 등 추가 택지지구가 개발될 예정이어서 완성형 주거지역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분양 관계자는 “고림지구가 처인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면서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역북지구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기에 테크노밸리 조성사업과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플랫폼시티 등 용인에 대형 호재도 예정돼 미래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은 꽤 있는 상황이지만 서울로 출근하기가 어렵고 학군 또한 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실정이다.
이에 고림지구에 교통망 확충과 초·중학교 설립을 위한 용인교육지원청과 민간 건설업체 등 각계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