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가림막이 걷혔다. 회벽돌로 단정하게 쌓은 벽이 드러났다. 창에 얼굴을 바짝 붙여 좌우 위아래를 살펴봤지만 온통 벽 뿐, 반대 편 창은 귀퉁이도 비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안전하네. 창 열고 샤워해도 되겠군. 아예 365일 24시간 열어놔도 된다는 거네. 좋네. 드디어 끝이군. 그래서 유난히 시끄러웠구나. 이른 아침부터 덜덜덜덜 집이 무너져 내릴 듯 소리를 내대더니, 마무리 단계였나 봐.
두 달 전 이사 왔을 때부터 그러니까 나로서는 태초부터 공사 중이었던 옆집이 이제 작업을 거의 끝냈나 보다. 한창 좋은 계절을 천둥번개보다 1000 배쯤 거대한 소음을 몰고 와 가장 궂은 날씨로 둔갑시켰지. 이제 폭염 시작이다. 나에겐 평화롭게 지내기 딱 좋은 계절이 누군가에겐 할 일을 해치울 천혜의 작업 조건이 되었던 거지, 뭐.
이 동네는 아직 공사 중인 집이 많지만 화장실 창 바로 옆에 바짝 붙은 이 옆집만 잠자코 있어주면 견딜만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집에 오고 처음부터 시끄럽게 해 줘서 고맙기도 하다. 신고식을 지독하게 치른 셈 치면 된다. 이젠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 소음보단 나을 테니까.
“어이!” “예!” “ㅇㅇ!” “여깄습니다!” 바로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던 공사장 인부들의 목소리는 곧 티격태격하는 어느 식구들의 목소리로 바뀔 테다. 기껏해야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소리겠지. 어쩌면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를 키우는 집일지 모른다. 그래도 쿠웅 - 콰앙 - 우르르르 - 드드드드 - 하는 소리보다는 나을 거야. 내게 최악을 경험하게 해 준, 지독한 독감처럼 면역체를 만들어준 옆집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