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루 알바다. 사장님을 대신해 홀 서빙을 한다. 오늘 내가 할 일은 수저와 그릇을 세팅하고 주문을 받아 주방에 알리고 손님 상에 옮기는 일. 하지만 나는 지금 이런 데 관심이 있다. 활기차게 손님을 맞이해야지. 배에 힘을 주고 바른 자세로 리듬감 있게 걸어 환대의 기운을 구석구석 골고루 나눠 뿌려야지.
알바는 근무 시간을 계산해 급여를 주기 때문에 매출이 내 수당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막걸리 한 병이 냉장고에서 손님 상으로 옮겨질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다. 안주 주문도 좋지만 술 주문이 제일 좋다. 주방 직원들은 여유롭고 매출은 올라가고 흥은 돋우니까.
어떤 손님들은 웃음 띈 얼굴로 말을 거는 내게 짐짓 점잖게 상대하거나 때로 데면데면하게 거리를 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손님은 당신이 지은 표정의 무게와 달리 기분이 점점 좋아질 것이다. 그를 우월의 자리에 두되 나는 자유를 잃지 않는 비결이다. 나는 줄 타듯 사뿐사뿐 홀을 누빈다.
사장님이 자주 말하듯 그곳은 오늘 내게 주어진 무대다. 무대는 장악해야 한다. 장악은 몰입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된다. 오직 집중할 것은 내 본분이다. 목소리와 태도에 홀 서빙 담당자의 역할이 실리면 관객은 편안해진다. 그리고 나도 편안해진다. 우리는 즐긴다. 그 시간과 공간을.
주방과의 긴장감도 나는 매우 신경 쓸 거다. 주방을 변두리로 몰아내지 않고도 홀에게 주인 자리를 주는 법을 오늘도 탐구해보자. 별주막, 그 공간 안에서 우리는 위계 없는 평등이 주는 고양된 평화에 둘러싸여 아마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제 - 나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