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는 어떤 아이일까. 가끔 상상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들이면 좋겠어, 딸이면 좋겠어?”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만나지만 그것조차 답을 하기가 어렵다.
나를 닮고 깃털(남편)을 닮은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어떤 사람일까?
가끔 깃털이 움직이고 자기만의 생각을 하고 숨을 쉬고 표정을 찡긋 하기도 하는 걸 보면 가슴 깊은 데서 탄성이 올라온다. ‘아… 살아있는 사람이다!’ 깃털 앞에 차려진 음식이 깃털 입안으로 들어가 모조리 사라지는 모습도 경이롭다.
원지가 숨쉬고 자기 주장을 말하고 음식을 먹어치우고 하는 모습도 깃털의 그 모습처럼 사랑스러울까. 겪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예외없이 입을 모아 하는 말. 당연하지. 남편 따위와 비교할 수 없지.
원지라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어떤 호기심을 갖고 어떤 고집을 피울지, 이 사람이 어떤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볼지, 어떤 걸음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갈지가 몹시 궁금하다.
나이 들어 늙고 병들었을 때 외로울까봐, 나를 돌볼 사람이 필요해서 아이를 낳고 싶단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아직 건강해 그런 걸까. 나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독립이 늦어 나이 먹도록 내 옆에서 비비적댈까봐, 그게 좀 두렵다.
깃털과 나는 적지 않은 나이에 나이차도 크다. 우리는 이만큼 나이 먹어서 아이 낳기를 꿈꾸니 하늘을 거슬러 욕심을 내고 있는지 모른다. 여자들의 평균 수명이 길다 하고, 나는 병치레 없이 건강한 편이라 떠올리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은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이 있다. 깃털이 없는 세상을 살게 될수도 있다는.
깃털을 세상에 영원히 가두고 싶은 소원, ‘우리’의 증명으로서 원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시험관 아기 세 번째 시도를 히고 있다. 가을은 막걸리 성수기라 일이 많이 바빴다. 몸도 무리하고 식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잠도 부족하게 잤다. 그러다보니 힘들어 술도 여러 잔 마셨다. 시술 직전 초음파에서 주치의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시무룩한 내 부름에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요!?”
“제가… 이번에 너무 바빠서 무리를 많이 했어요. 술도 마시고…”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며 고르게 크게 자란 난포들을 초음파로 비추며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난포가 아주 잘 자라줬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잘하면 돼요. 오히려 다른 일에 관심 쏟는 게 더 도움이 되는지도 몰라요.”
오늘은 세 번째 난자 채취. 세 번째쯤 되니 겁이 덜 났다. 시술 전날 자정 너머까지 그날 공개된 흑백요리사 8, 9, 10편을 연이어 보고 잠들었다.
무덤한 맘 무색하게 이번 시술은 통증이 좀 심한 편이었는데, 그것도 지나갔다. 생리통 같던 통증도 저녁이 되니 옅어졌다. 이번엔 난자를 열세 개 채취했다고 한다. 첫 번에는 열한 개, 두 번째에는 네 개였는데 이번이 제일 많이 됐다. 두 번 다 냉동배아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엔 어떨까.
원지는 사는 일에 바쁜 엄마 몸 속에서 어떻게 제 자리를 확보해 나갈까. 제가 가진 왕성한 생명력으로 이 세상에 거침없이 나타나주길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