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눈썹

2020.12.06.07:55~08:05

by 지숲

슈에무라 하드 포뮬라 스톤 그레이. 내 눈썹이다. 대략 12년 전부터 그러했다. 그동안 몇 자루의 슈에무라 하드 포뮬라 스톤 그레이를 소진했던가. 현재는 두 자루가 날마다 제 몸을 깎아 시한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한 자루는 집에서, 한 자루는 늘 갖고다니는 파우치에서. 파우치에 든 것은 비상시를 위한 것인데 그 비상시란 예기치 않게 외박을 하게 될 경우다. 날마다 내가 하는 화장이라는 것은 수분 크림, 썬크림, 볼에 붉은 기를 얹히는 블러셔, 그 다음이 눈썹, 다음은 어두운 밤색 아이섀도를 눈 두덩에 펴바르고 남은 가루를 눈썹 위에 슬슬 얹히는 순서로 마무리되는데, 5분이면 끝나는 과정이긴 하나 여의치 않을 때는 오직 단 하나를 선택한다. 슈에무라 하드 포뮬라 스톤 그레이. 그래서 늘 갖고 다니는 파우치에는 수분 크림도 썬 크림도 블러셔도 아이섀도도 없지만 오직 슈에무라 하드 포뮬라 스톤 그레이만은 상비한다.

인생에는 중요한 것이 많지만, 얼굴에도 중요한 것이 많지만, 촉촉하고 깨끗한 피부, 혈색과 선명한 눈, 뭐, 그런 것도 중요하다면 그럴 수 있지만, 그날의 필수품으로 내가 선택한 것은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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