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2020.12.07.07:59~08:08

by 지숲

뻥 - 뻥 - 공 차는 소년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소년이 맞다. 다 남성이다.) 특히 거리나 공원에서 간격을 두고 서서 서로에게 공을 차고 받는 놀이를 하는 소년들을 마주치면 얼굴을 찡그리고 빙 돌아간 것 같다. 두려운 건 다른 게 아니었다. 빗나간 공에 내 몸 어딘가가 맞는 것. “정말 싫어. 정말 싫어.” 중얼거리던 나는 그래, 두려운 게 아니라 싫었다. 원인은 아주 분명한데 그건 집안에서 자꾸 공을 찼던 오빠의 공에 내가 여러 번 맞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특히 거실에서 빈 벽을 향해 공을 찼다가 돌려받아 되차는 놀이를 많이 했다. 그 공간에 같이 있는 사람은 대책 없이 공에 맞게 되었다. 내가 싫었던 건 통증도 통증이지만 공에 맞을까 나도 모르게 몸을 움추리고 위축되는 거였다. 한 공간에서 누군가는 즐겁게 놀고 누군가는 위축되어야 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 공놀이 하지 말라고 하면 오빠는 엄청 부당한 일을 요구받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집안에서도 안 되지만 거리도 공원도 안 된다. 무방비의 사람을 칠 수 있는 공간에서 아무렇지 않게 뻥 - 공을 차도 되는 우리 사회가 갑자기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아씨, 화나네. 건전한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 그것도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남자애들이.

하지만 요즈음은 거리에서 공놀이든 뭐든 놀고 있는 아이들이 없네. 자동차만 다니고. 코로나 때문인지. 모두 다 집안에 들어가서 공 뻥뻥 차고 있을까. 누구든 네 공이 위협이 된다고 말하면 그때는 멈춰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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