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8.09:05~09:14
껍질 아니고, 껍데기. 어렵네… 껍질과 껍데기는 무슨 차이가 있길래 굳이 껍질 아닌 껍데기라는 거지. 껍질은 속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기능의 필요로 불가피하게 아니, 중요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껍데기는 반대로 쓸 데 없이 덧씌운 것, 헛된 꾸밈이나 속임수, 낭비스런 무언가로 여겨진다. 시인 신동엽도 그런 의미에서 ‘껍질은 가라’고 하지 않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겠지.
20대의 나는 내가 껍데기 뿐이라고 생각했다. 알멩이를 채우고 싶었다. 알이 차오르지 않은 당시의 내가 하는 말, 일, 작업이라고 하는 것들이 세상은 물론 나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알을 채운다고 이런저런 ‘준비하는’ 일들로 ‘본격의’ 세월을 유예했다. 그렇게 10여 년의 시간을 보낸 후 깨달은 것은, 속빈 강정도 꽉찬 알밤도 말할 자격은, 제 나름의 삶을 활짝 펼칠 자격은 충분하다는 거였다. 하든 안 하든 해를 입기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기도 한다고.
실제 내 삶을 돌아보면 껍데기 속에 뭐라도 차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중엔 새로운 지식과 경험, 깨달음과 성찰이라고 하는 것들이 상당하지만 그것이 알인지, 곪아 썩은 덩어리일지 누가 알까.
불필요해보이는 치장이라고 해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허영이라 해도 껍데기가 싫지는 않다. 우리는 어차피 선해도 한편 악하고, 진실해도 한편 스스로를 속이고, 통달해도 미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