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바람

2020.12.09.21:00~21:10

by 지숲

성삼재였다. 어마어마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얇은 반팔 티셔츠 위로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담요를 목에 둘렀다. 몸에 걸친 모든 터럭들이 제멋대로 뒤엉켰다. 다행히 우리 몸이 바람보다 무거워서 두 발 굳게 바닥을 딛고 서서 맥주 캔을 땄다. 아까 낮에 먹다 남은 눅눅한 과자를 서로의 입 안에 털어넣었다. 깔깔대며 웃었고 찔끔 눈물이 났다. 이 순간이 아주 그리울 거라고 생각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나를 뺀 우리들을 질투했다. 몹시 아름다웠고 이대로 충분해보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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