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0.23:46~56
사진은 찍는 것보다 찍히는 걸 좋아한다. 내가 찍어내는 사진들이 하루에도 수십 장인데, 그렇담 대체 찍히는 건 얼마나 좋아하는거야. 실은, 찍히는 걸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찍는다. 나름 상대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픈 마음으로 몰래몰래 찰칵찰칵, 평소의 모습을 잘 담아내려고 신경쓴다. 내가 그렇게 찍힌 사진을 좋아해서.
누군가를 사진에 담다보면 그를 좋아하게 된다. 그건 그림을 그릴 때도 그렇다. 누군가의 윤곽을 따라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를 좋아하지 않기가 어렵다. 그를 담기 위해 잠시지만 집중해서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순간, 그를 그려내기 위해 짧든 길든 가만히 그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아주 밀도있게 그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가장 여린 무언가가 반짝하고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온통 주의를 기울이고 내 앞에 앉은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나를 그대로 바라보는 카메라 앞에서 나도 모르게 속살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