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5.09:03~09:13
오리탕 기름때를 뺀다고 세제를 많이 썼다. 고무장갑 사놓는 걸 번번이 잊어서 맨손으로 어제 담궈놓고 미루던 설거지를 조금 전 마쳤다. 창가 자리에 와 앉으니 손이 허옇다. 성스럽고 환희에 찬 노래들이 창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어우러져 나팔 불 듯 알려준다. 크리스마스 아침. 어제는 캐롤을 틀어대던 라디오가 찬송가를 튼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아름다운 땅이여, 천사들의 노래가, 신의 아이가... 이런 노래들을 듣고 있으니 교회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성탄 예배 드린다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지. 교회는 안 그리운데 교회에서 부르던 노래는 그립다. 그러니까 그리운 건 성가대다. 귀중한 경험이었어. 성가대라는 것. 못난 목소리로도 함께 같이가 되면 아름다운 전체를 이루는 일부가 될 수 있었던 합창이라는 것.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중창단을 만들고 싶다. 잠긴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자니 허옇게 일어난 각질처럼 쇳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