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눈금

2020.12.29.12:30~40

by 지숲

쇠자, 줄자, 어도비인디자인, 커피 서버. 내가 갖고 있는 눈금 있는 물건은 이정도다. 쇠자는 칼질하는데 옆에 받칠 튼튼한 경계로 주로 쓰이고 눈금이 필요할 때는 줄자를 이용한다. 줄자는 곰 얼굴을 한 플라스틱 통 안에 돌돌 말려 있다. 쭉 뽑으면 자가 나왔다가 곰의 코를 누르면 쏙 들어간다. 줄자는 항상 소지한다. 필요할 때가 꽤 잦아 이것저것 재고나서 곰의 코를 누를 때가 많다. 디자인 작업할 때 인디자인에서도 눈금은 곧잘 본다. 페이지의 좌측 상단에 0점을 두고 XY수치를 0.25mm 단위로 똑 떨어뜨려 쓴다. 첫 직장에서 만난 은희 선배에게서 배운 방법이다. 그렇게 수치를 똑 떨어뜨려 쓸 의무는 사실 없지만 화면과 실제 인쇄물 사이의 차이를 0.25mm 수치 단위로 몸에 새기기 위해서 시작했고, 그 시간만큼 새겨졌으리라 믿어. 커피 서버는 200ml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 항상 챙긴다. 핸드드립으로 누군가를 대접하거나 정석으로 내릴 때는 120ml 정도 원두를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주전자를 높이 들어 맹물을 부워 채운다. 큰 컵에 혼자 마실 때는 180ml 정도에 맹물 70ml 정도를 붓는다. 그리고 눈금은 없지만 쌀 계량컵으로 쓰는 플라스틱 컵이 있다. 그 컵은 아래쪽은 지름이 좁고 위쪽은 높은데, 지름의 차를 중간에 계단처럼 생긴 턱이 이어준다. 그 턱이 눈금 역할을 한다. 밥 두 공기를 가볍게 먹으려면 컵 하나를 쌀로 가득 채우고, 좀 든든히 먹으려면 한 컵 반을 채우는데, 반은 턱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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