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사고

2020.12.28.22:40~22:50

by 지숲

사고...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 엄마에게 퍼부은 말들.

엄마 삶의 주어가 나인 걸 견딘다는 건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나는 그만뒀다. 나라는 존재가 당신에게 무엇이고, 당신 삶에 어떻게 출연하고, 활용되는지, 그것조차도 당신의 자유라고, 자유일 거라고 그렇게 정했다. 그게 오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거라고, 그런 도리 따윈 없다는 것 알고 있지만, 그리 정했다. 동서고금의 고전들이 짚어주듯, 그게 곧 내가 가늘게나마 연명할 수 있는 기술, 처세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엄마가 내 삶에 등장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폄훼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유가 그것일까? 모르겠다. 다만 그 순간의 맥락은 그러했다.

"제 얘기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 식사 자리였고, 순간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트린 건, 나였다. 그동안 하지 않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꾹꾹 다져 깊숙이 묻었거나 잊으려 애썼던, 엄마를 정말 생각한다면 할 수 없을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걸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 보험 담당자를 불러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얼마가 있는지 따져내고 보험금을 좀 올려내더라도 나는 한 걸음 정도 물라나 있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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