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7.23:35~23:34
통화목록 중 반 가까이가 빨간색 글씨로 되어있다. 부재중통화, 제때 안 받은 전화는 기록으로만 남는다. 어떤 사람은 문자에도 곧 답을 하고 전화야말로 바로 받지만, 나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문자도 한참 뒤에 답을 할 때가 많고 전화야말로 안 받을 때가 부지기수다. 모르는 번호는 거의 받지 않고 반가운 이름이라도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흔쾌히 받기가 어렵다. 또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도 나중으로 미룬다. 맞다, 미룬다. 이건 미루는 습관하고 관련이 있다. 대면하기 싫고 처리하기 싫은 거다. 지금이 이룩한 관성에 제재를 가하는 수고를 회피하는 것이다. 달라보이지만 아니, 같다. 지각하고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답변이 빠르지."
청수가 말했다.
"몹시 바빠서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 하니까. 미룰 수가 없는 거야. 생각났을 때 처리해야 돼."
미루고 미루던 문자며 전화 통화를, 나는 결국 오늘 숲 속을 거닐다 할 수 밖에 없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하필 숲 속에 한창 빠져있었을 때였고, 그야말로 그만두고 싶지 않은 관성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고 서서 밀린 일을 처리했다. 신년을 앞두고 뭔가 결심을 한다면 그건 '관성 깨트리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루지 않기. 지금 하기. 지각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