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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분 동안

고개

2021.1.5.23:45~55

by 지숲

남태령 고갯마루 아래에 도가 터를 구했다.

옛 삼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숱한 생도들이 이 고개를 넘어야했다고 한다. 긴 여정의 마지막 밤을 보낼 곳이니 여기저기에 주막이 있었다고 또 술 빚는 도가가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피어난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우연찮게도 바로 그 언저리에서 우리 도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자리를 알아보지 않은 게 아니었는데, 적당하다 싶은 후보지만도 다섯 가지가 넘었는데, 모두 이런 이유로 또 저런 이유로 안 되었다. 그러다 만난 자리가 하필 딱 거기였다니. 두근두근 기운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을 건 네 사람과 함께하는 일. 그들과 함께 나도 마흔 인생을 여기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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