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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분 동안

바지

2021.1.4.22:57~23:07

by 지숲

한 겹의 옷만 입어도 되는 계절을 좋아한다. 그 한 겹의 면적이 작을수록 더 좋다. 태양과 바람과 나 사이를 가로질러 둘러쳐야 하는 무언가가 없어도 안전한 계절, 야생에 바로 맞닿은 계절. 그런 계절은 특히 여름이다. 그것도 한 여름.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다, 한겨울. 티셔츠에 스웨터를 입고 아랫도리는 안쪽에 털이 촘촘하게 난 바지를 입고 있다. 집이니까 그나마 간단하게 입은 거다. 밖에 나갈 때는 내복을 껴입는다. 이렇게 입으면 한결 따뜻하긴 해도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 압박이 느껴지고 둔한 그 차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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