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분 동안

2021.1.14.21:41-21:51

by 지숲

- 안아 줘.


엊그제 일로 여태 웃음을 거뒀던 슬기가 말했다. 눈치보다 지쳐서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다. 입술 끝이 내려가 못생겨진 슬기가 갑자기 안스러워졌다. 다가가 꼬옥 안았다.


- 안아주면 좋아?

- 추워서.

- 안아주면 따뜻해져?

- 응. 그리고 안심이 돼.

- 불안했던 마음이 안심이 돼?

- 여기가 꾸욱 눌러지면서 마음도 몸도 따뜻해지고 안심이 돼.

슬기가 내 가슴과 제 가슴 사이에 손을 비집고 넣어 명치깨를 만지며 말했다.


- 그래.

- 포옹. 포옹이란 말 있잖아.

- 응.

- 그거 어느 나라 말이게?

- ... 프랑스?

- 아니, 한문이다.

- 진짜?

- 응, 안을 포 낄 옹.

- 포위하다 할 때 포?

- 응, 맞아. 그 포.

- 옹벽? 옹위하다? 그 옹?

- 응.


포옹이 한문이라니. 평생 그런 것도 모르고 여지껏 살았네. 어느 서양의 말인 줄로만 알았어.

오랫동안 슬기를 품에 꼬옥 안았다. 포옹했다.


keyword
구독자 25
매거진의 이전글붉은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