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분 동안

소실점

2021.1.18.23:05-23:15

by 지숲

소실점, 평면의 도화지 위에 3차원의 풍경을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재현하기 위해 미술가들이 발명한 을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것은 커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작아 보여 마침내는 심지어 한 점으로 수렴되어버리는 원리. 소실점의 원리를 잘 따라서 그림을 그리면 2차원의 종이 위에 깊은 원경이 살아난다.


저 빌딩 숲을 소실점을 활용해 그려볼까. 화가의 시점에 가까운 빌딩들은 세로로 긴 네모에 외벽의 꺾임을 또렷이 그려내고 마감재의 질감을 살려 색을 칠할 것이다. 작은 네모들이 창이 되어 점점이 박혀있고 그 안에 비치는 사무실과 책상 위에 서류들 그리고 어느 사무원도 희미하게나마 등장할 수도. 반면에 저 멀리 빌딩들은 기껏해야 흐릿하고 작은 색면 정도 묘사면 충분하겠지. 더 멀리 빌딩들은 아예 점 속에 생략되어 버릴 것이다.


별 수 없이 사람들하고 관계맺는 일을 빗대어 생각하게 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복잡하고 미묘한 사연들과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시원스럽고 어딘지 의지하고 응원하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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