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9.23:12~22
서쪽 하늘에 상현달이 걸려있다. 어제보다 더 커졌다. 지상을 향해 등을 대고 누운 듯 기울었다. 보름달은 오른쪽부터 서서히 작아진다는 걸, 다 기울고 나면 다시 오른쪽부터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고 왼쪽을 조금씩 채워나간다는 걸, 알게 된 건 궁말에 살 때였다. 동네가 외져서 날마다 자전거로 20분을 달려 시내로 나와야 했다. 천 변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나있어, 사방으로 탁트인 그 길을 바람 가르며 달리다보면 온 세상을 다 만났다. 물소리도 듣고 봄이면 흙밭에 초록빛깔 조금씩 드러내던 온갖 풀들, 천변에 빠르게 자라는 갈대에 눈길 줬다가 물 위에 떠서 노니는 청동오리며, 두루미, 왜가리도 만나면 인사를 나눴다. 저 멀리 관악산이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고개 들면 벚나무 버드나무 철따라 내 머리 위에까지 가지를 뻗었다. 그리고 달. 날마다 달을 봤다. 과학 시간에 배웠지만 기억하지 못했던 달의 변화가 자연스레 새겨졌다. 보름달은 저녁에 동편 하늘에서 오르고, 달이 기울수록 등장하는 시각은 늦어졌다. 손톱처럼 가늘어지고 나면 아침까지도 저물지 못하고 종이 잘라 붙인 듯 하얀색깔로 서편 하늘에 떠있었어. 불현듯 그때가 그립다. 날마다 자연을 만나 속에 쌓인 독을 뱉어내고 생기를 주워담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