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09:33-43
싹둑싹둑 적어도 6센치 길이쯤 되는 머리털이 잘려나갔다. 미용실 원장님 손에 들린 한 웅큼 머리카락을 거울에 비쳐 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졌다. "짧은 단발로 해주세요. 커트까진 아닌데 거의 커트만큼 짧은 단발하고 싶어요." 결과: 긴 얼굴에서 3분의 2지점에서 머리 영역이 끝났고, 가뜩이나 숱 많은 머리카락은 봉긋 솟아 잘 맞지 않은 헬멧처럼 얼굴 위에 얹혀져 있었다. "와, 너무 예뻐요! 잘 어울리는데요?" 원장님은 내 입에서 혹여 한숨이라도 나올까봐 빈틈을 주지 않고 감탄을 연이었다. 솔직히 평하자면 머리가 너무 짱뚱하고 내 얼굴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그냥 사는 거지, 뭐. 나이 마흔이 되니 그런 게 별로 상관이 없어진다. 한 달쯤 지나면 예쁘게 자리잡히겠구나 짐작도 된다.
이 미용실은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한 번 커트 이후로 여길 계속 찾고 있다. 첫 커트만 맘에 들었지만 말이다. 이유는 첫째, 원장님이 편안하다. 편안의 포인트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씀은 없는데, 스타일에 확신을 갖고 추진한다는 점.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이번엔 짧게 자르세요." "아뇨. 앞머리 양은 이걸로 충분해요." "이번엔 이 스타일 하시고 그 머리는 여름에 하세요." 단호하시다. 그러니, 뭔가 나보다 더 옳은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둘째는, 샴푸. 머리를 다 하고 나면 부드럽고도 시원하게 구석구석 마사지하면서 감겨주는데, 그 순간만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아진다. 한 세 차례쯤 감기고 뭘 바르고 하는 것 같은데 원장님 말씀으로는 두피케어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과연 짧아진 길이만 아니라 두피도 시원하고 마음마저 개운해진다.
머리야, 빨리 자라라. 또 미용실 가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