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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분 동안

동전

20210121.22:48-58

by 지숲

"지하철에서 100원 주웠다"는 대사로 시작하는 아주 짧은 (82초) 영상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 영상은 순식간에 좋아요와 공유를 받았고, 그 영상으로 셈을 세진 않았지만 페이스북 친구가 엄청나게 늘었다.


당시 영상을 기획하고 만든 친구들은 무슨 요일 몇시에 어떤 말로 오픈해야 영상이 소위 대박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시키는대로 했다. 아마도 금요일? 아마도 밤 9시반 경? 그리고 게시글은 아주 가볍고 어쩌면 상관없어보이는 짧은 글을 쓰라고 했다. 그래서 뭐라고 썼더라. "끝까지 안 보면 당신의 기기가 폭파됩니다"라고 했나. 업로드는 서울 이대 근처에서 막 회의를 마친 시각이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시간 넘는 시간 내내 사람들의 반응을 알리는 알람 수십수백개가 쌓였다.


나로서는 얼떨결에 이뤄졌던 그 일이 영상을 제작한 친구들에겐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대략의 반응을 가늠하게 되는데 내 예상은 언제나 어긋나기 십상이기 때문에.


조만간 유튜브를 시작한다. 그 영상이 그때만큼, 그때보다 더 많은, 엄청나게 사람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그러니까 대박나게 하기 위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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