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09:40
앞으로 툭 튀어나온 둥치? '주둥이'라는 말을 입안에 굴리고 머리 속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니 그런 모양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자어는 아니다. 우리말이고 지역마다 방언이 있다. 주둥아리, 입주댕이, 입주디, 주두이, 주둥머리, 주둥바리, 조댕이, 모두 사람의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한다. 물병에서 물을 따르기 좋게 길을 내 옆으로 볼록 튀어나온 것도 주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뭐든 튀어나온 모양이다. 저 주둥이라는 것. 안으로 말려들어간 입이란 게 있을까? 나의 바깥에 있는 먹이를 나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이 입이라는 것의 임무이니, 조금이라도 튀어나와야만 그 본분에 충실할 수 있겠지. 사람 종은 다른 종들에 비해 입이 덜 튀어나왔다. 하지만 사람이라도 나이 들어 오래 살수록 입은 더 나온다. 입 둘레로 깊은 주름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입술은 늘어나 주름지고 늘어진다. 나는 늙음을 혐오하는 걸까. 이런 글을 쓰면서 말을 줄이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덜 늘어난 입에 대한 욕심은 아니다. 상대적 늙음이 상대적 젊음 앞에서 자기 늙음을 절대화하고 젊음을 향한 시기를 담아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에 대해 삼가하는 마음이라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