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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Mar 11. 2021

오늘의 너를 알아보고 사랑할 사람이 나여서 기뻐

막 태어난 너와 처음 만난 날, 너는 너무 작고 연약한데 그보다 소중해서. 나와 같은 사람이라기보단 다른 이름의 생명체 같기도 했어. 쥐면 부러질까 불면 날아갈까 그 말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지. 엄마한텐 네가 그랬어.


그런 존재였던 네가 이제 조금 컸다고 제법 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나, 엉뚱하고 황당한 행동을 할 때면 엄마는 그것마저 왜 그리 귀엽고 좋은지 모르겠더라.


잠든 아이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너도 정말 그랬어. 곤히 잠든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어쩜 이리 예쁘지? 하는 주책맞은 고슴도치 엄마 같은 마음이 됐거든. 그러다 어느 날 천사같이 네가 자고 일어난 자리를 봤는데 동그란 침 자국이 있는 거야. 처음 네 침 자국을 발견했을 땐 조금 의외였지. 아기는 잘 때 침이라곤 안 흘리고 그저 예쁘게만 자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 천사는 참 인간적이구나. 잘 때 이렇게 침도 흘리고. 답도 없는 콩깍지에 단단히 씌인 엄마는 네가 남긴 침 자국도 마냥 귀여웠어.


아기인 너는 손도 발도 자그마해서, 작고 말랑한  손발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있을  있겠더라. 반려견, 반려묘 키우는 사람들은 젤리라고 부르면서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던데 아기의 작은 손과 발이 가진 사랑스러움은 어떤 말에 담아 부를  있을까. 그런데 처음 알았어. 보송하고 말랑한 아기 손에서, 양말을 신고 있던 작은 발에서 제법 사람다운 꼬릿  냄새가 난다는 . 말랑하고 보송해서 냄새라곤 전혀    알았는데, 사실 아이 낳기 전엔 아기는 손발에서 땀도 안나는  알았거든. 작은 너도 사람이라고 냄새가 난다는  웃긴데 그것도 사랑스럽더라.


제법 컸다고 이젠 방귀 뀔 때 어른 같이 우렁찬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네가 니 소리를 듣고 놀라서 ‘으잉? 뭐지?’ 하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웃기고 왕창 귀여운지.


아직   아는 말이라곤 엄마, 아빠,  밖에 없는 작은 너에게 취향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귀엽더라. 과자를 먹어도  선호하는 식감과 맛이 있고 노래를 불러주면  많이 웃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노래가 있어. 이걸 주면 관심 없다  던지는데 저걸 주면 사르르 녹아 웃으며 받아 드는  보고 있으면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이렇게 나름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 너의 취향 안에 내가 있다는  새삼 고맙고 행복하더라. 세상에 누가 나를 이리 한결같이 사랑해줄까 싶어서.


야금야금 자라면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너를 발견할 때면 마냥 기특한데 가끔은 오묘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 오늘의 네가 보여주는  번뿐인 순간을 마주하면 그걸 놓칠세라 엄마는 잽싸게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거든. 그리고   봐라 너무 귀엽지 않냐며 퇴근하고  아빠한테도 보여주고 멀리 계신 할머니한테도 사진을 보내. 그러고도 엄마는  사진을 혼자 한참  보면서 혼자 낄낄 웃을 때가 많아. 사실 엄마는  번씩 웃음이 터지면  멈춰지지 않을 때가 있거든. 누가 보면 그게 저리 웃길 일인가 할지도 모르지. 하긴 다른 사람은 아마 모를 거야, 이런 엄마 기분을. 너의 엄마가 돼서 느끼는 이런 마음을.


저에게 성실히 눈길을 주는 사람에게만 조금씩 자라 있는 모습을 보이는 새싹처럼, 너에게 가장 많은 눈길을 보내는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처럼 보여주는 너의 모든 순간들이 엄마에겐 하나같이 소중해. 아기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고? 하게 되는 의외의 순간과 꼬질꼬질한 모습도 전부 사랑스럽기만 하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매력적이고 그럴듯한 모습에 마음이 열리던 이전의 감정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진 이런 신기한 마음이  안에 있더라.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던,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감정들. 하루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어제와 다르게 요만큼  자라 있는 오늘의 너를 발견하는  나여서 기뻐. 오늘의 너를 가장 오래 즐거워할 사람도 여서 좋아. 오늘도 엄마는  보며 제일 많이 웃고  제일 많이 귀여워하는 하루를 보낼래. 우리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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