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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Aug 31. 2023

당신은 저를 믿으시나요? 저는 저를 믿지 못하는뎁쇼.

20대 표류기

나는 엄청나게 우유부단한 사람이면서도 그렇게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너무 싫은데 동시에 그걸 들키고 싶지가 않았다. 온갖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지적이나 조언을 유독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조언도 나에겐 공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노력했어, 완벽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데, 네가 뭘 알아!'이었다. 오우 쓰고 보니 정말 못됐는데, 진짜 그랬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높아서 나온 자신만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약점을 들켜서, 찔려서 화를 내는 편이 가까웠다. 그래, 그만큼 나는 나를 믿지 않았고 자신은 없었고 포장에 열중했다. 이게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불안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보니 괴롭더라. 그것도 아주 많이. 분명 내가 잘한 일도 의심부터 들었다. 에이-이거 운빨이지. 나는 운이 무지하게 좋은 사람인가 봐, 했다가도 뭔가 안되면 거 봐, 나는 정말 더럽게도 운이 없는 인간이라니까! 했다. 스스로에 대한 잣대는 어찌나 왔다 갔다 하는지. 칭찬은 거짓 같고 조언은 공격 같고 그렇게 되는 거지 뭐. 


한나는 평생 동안 나 스스로 자랑스럽거나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그동안 해 왔던 모든 게 의미 없어 보였다. 아무것도 이루지도, 해내지도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일이었다. 포장돼있던 자신감은 바람 빠져 삭은 지 오래고 시간은 촉박하고 심장은 빨리 뛰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별 볼일이 없고 그렇다고 딱히 나아질 무언가가 보이는 환경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다. 이 생각은 오래도록 쌓이고 쌓였다. 그렇게 두 달 전, 제에에에에에엔장. 무기력의 시작이었다. 


겨우겨우 빠져나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데에는 인터넷에서 본 글이었는지, 영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한 문장의 힘이 컸다.(이래서 SNS를 끊을 수가 없다!) 스스로에게 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지인이 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를 의심하면, 너를 뽑아주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냐는 말이었다. 와- 종이 울렸다. 나는 두 번의 입사를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부족하다는 게 걸리면 어떡하지? 왜 나를 뽑은 거지? 이 사람들이 실수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했다.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 아니. 끊임없는 의심은 작은 실수하나에도 손이 벌벌 떨리게 만든다. 금방 무너지게 만든다.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다행히도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믿어주고 나의 진가를 알아봐 준 사람들을 왜 의심했을까. 왜 나는 나를 못살게 굴었을까. 


인간에게 결점이 있는 건 당연하다. 완벽해 보이는 인간에게도 단점은 있다. 하물며 나라는 인간에게 결점이나 단점이 없을 수가. 그 간단하고도 당연한 이치를 왜 나는 부정했을까. 이젠 나를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진심을 믿기 위해 노력할 거다. 음? 노력? 하겠지만, 평생을 의심하며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모든 걸 믿고 으쌰으쌰 할 순 없더라고요. 노력을 하면 언젠간 단순하게, 그저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겠지. 그리고 결국엔 누군가의 말을 빌리기보다는 스스로 나를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적어도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 '당신이 나를 믿어주기에 나도 나를 믿어요.'가 아닌 '나는 나를 믿어요, 그러니 당신도 나를 믿어봐요.'가 될 수 있는 날을 위해 살아가야지. 나를 위해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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