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팬티 1장과 티셔츠 한 장을 마셨다
[착한 가격 의류의 함정]
요즘 우리는 정말 어마어마한 제품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다양한 기술의 발달 덕분에 참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을 맛보고 있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대사처럼 ‘ 우리가 살 돈이 없지 살 물건이 없냐?’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저렴한 제품부터 명품까지 진짜 사고 싶은 것들이 많다. 저 멀리 반짝반짝 아주 고혹적인 자태로 나를 유혹하는 예쁜 것(?) 들이 사방에 지뢰처럼 널리고 널렸다.
요즘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다양한 필터링 기능이 있다. 구매량이 많은 순서로 볼 수도 있고, 가격이 저렴한 순서로 또는 구매후기가 많은 순서로 제품을 정렬해서 보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일부를 빼고는 거의 모두가 아마 저렴한 가격 순으로 제품을 정렬해서 제품의 가격 비교를 한 후에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의류가 있지만 요즘 제품 검색을 하다 보면 만원에 3장짜리 팬티 또는 1장에 1천원대 팬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꼭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3장에 만 원짜리 팬티를 판매하는 경우를 보았다.
참 놀라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유명 프랜차이즈 체인점에서 파는 커피 한잔 가격보다 싼 팬티의 가격이다. 매일 점심을 먹고 팬티 한 장을 입고 버리는 것과 같은 ….. 뭐 비유가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여기서 잠깐 의류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요런 단계를 거칠 것이다. 디자이너가 예쁜 디자인을 기획해서 원단과 부자재를 준비하고 그런 다음 재단을 하고 그리고 봉제를 하는 공장에서 수년간 제품을 만든 장인(?)이 봉제를 하고 마지막에 예쁜 포장지에 포장을 하고 소비자에게 판매를 할 것이다. 꽤 많은 과정과 원, 부자재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제품이 3천 원 정도에 판매가 되는 현실이 믿어지는가?
사실 제품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싸면 쌀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을 한번 해보면 아주 끔찍한 상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열심히 디자인을 해서 좋은 원단에 깔끔한 봉제를 해서 제품을 만들고 정성을 기울여서 제품을 포장해서 만든 제품이 고작 3천 원대에 판매를 해야 한다니…. 정말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제품을 정상적인 이윤을 받고 판매를 하면 다른 제품들보다 가격이 비싸고 그러면 소비자는 구매를 안 하고…. 정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매일 입는 티셔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싼 것은 3천 원에서 5천 원 정도면 제품을 살 수 있다. 아니 조금 더 가격을 높이면 다양한 프린트에 컬러도 예쁜 그런 옷들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쇼핑하기 딱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위에서 한 이야기는 단편적인 가격 조건 하나만 고려하여 비교한 내용이며 소재나 디테일 그리고 그래픽 등 다른 조건은 무시하고 비교한 내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전혀 근거가 없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다 보면 제품의 원산지 표기가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독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선호는 하지만 결국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이 저렴한 해외 제품을 구매하는 빈도도 높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아는 판매자들은 일부러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 원산지 표기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제품에는 표기가 되어있겠지만, 굳이 제품의 온라인상의 상세페이지에 표기를 안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산은 선호하지만 가격이 싼 해외생산 제품을 구매하는 현실이 슬프기는 하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과연 사업이 잘 될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분은 없으신지?
요즘 섬유나 봉제업을 하는 분들은 참 많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한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상황도 그렇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소비자의 선택과 해외생산 제품과의 가격경쟁 그리고 결국에는 생산을 포기하거나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섬유와 봉제 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이다. 섬유와 봉제 관련 산업에서 그 수많은 분들의 흘린 땀과 노력이 바로 지금의 위대한 K패션이 있게 해 준 밑거름이다. [사계]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계절이 다 지나도 밤과 낮도 없이 미싱은 돌아간다는 그런 내용처럼 말이다.
동대문 시장에 다들 한 번쯤 가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섬유 봉제 관련 일을 하며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보통 패션 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이나 패션 디자인을 하는 신입 디자이너는 동대문 시장을 자주 방문한다. 그런데 동대문 시장은 아주 많은 가게와 상가들이 있어 자주 다녀도 잘 찾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야간에 도매 시장에 오는 사람들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동대문 시장 근처에 창신동이 있다. 바로 봉제 관련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참 많은 공장과 가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동대문 근처 학교에서 패션 관련 전공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동대문과 창신동은 그냥 남의 동네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나도 그렇지만, 싼 해외생산 제품을 마다하고 한국 제조 상품을 구매하는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지만 나 한 사람 정도는 그냥 우리 동네 주변의 봉제공장에서 만드는 그 한국산 제품을 가끔 구매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조금 비싸도 어느 경차 광고에서 하는 말처럼 하루에 커피 한잔 가격을 내고서, 거창하게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그런 애국심(?)으로 한국에서 봉제한 한국산 옷을 입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