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짝사랑을 멈추자 1

본격 사춘기에 돌입한 아이와 멀어지기 연습

by 지지 zizi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엄마는 아직까지도 나를 짝사랑하는구나. (물론 동생들도) 모든 사랑이 그렇겠지만 두 사람이 긴 시간에 걸쳐 비슷한 크기로 사랑을 주고받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더 많이 사랑을 하게 되고 받지 못한 만큼 (또는 주지 못한 만큼)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특히나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으로 한계를 모르고 경계가 모호하여 더욱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지금은 저만큼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지 않는데 왜 그럴까. 내가 필요로 할 때 주지 못한 미안함에? 아직도 충분히 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더 주고 싶어서? 이유는 다양하겠지. 나는 늘 넘치도록 사랑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함께 긴 시간을 보냈다거나 다정한 제스처는 아니었지만 알 수 있었다. 부족할 것 없이 생활했고 안전한 집과 평온한 분위기가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으리라.


맞벌이였던 부모님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에 큰 미안함을 느끼신다. 하지만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다 잘했기에 지금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재정 책임자 아빠(물론 엄마도),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 하던 엄마, 나와 동생들도 주어진 환경에서 공부하고 스스로 할 일들은 찾아 한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는 그때의 미안함을 짝사랑이라는 기차에 연료로 쓰고 있다. 가끔은 연료가 넘쳐 폭주기관차가 되기도 하는데 내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다가올 때가 있다. 원치 않는 반찬을 계속해준다던가 필요 이상의 걱정과 염려를 한다던가... 그건 분명 내가 '지금' 바라는 사랑의 형태는 아니다. 나는 그저 나에 대한 미안함은 내려놓고 건강하게 엄마의 삶에 집중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는 것이 엄마가 바라는 지금의 삶일 수도 있겠지...)


나도 아이들을 10년 넘게 키우고 있지만 올해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엄마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구나. (물론 그 사랑이 마음먹고 한 것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의 방식이 괜찮은 걸까?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렇다. 그녀(첫째)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제 슬슬 짝사랑을 멈추자 2는 다음 주에...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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