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사춘기에 돌입한 아이와 멀어지기 연습
> 이제 슬슬 짝사랑을 멈추자 1편은 아래 클릭
나는 엄마와는 달리 미안함이라는 연료는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과잉애정)을 연료로 또 다른 폭주기관차에 탑승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아이는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고 나 또한 인지도 못할 정도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 의식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고 있는데 아직은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아직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나의 제안에 응할 마음의 준비조차 안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슬슬 소세지(첫째)의 사춘기 조짐이 보이고 더 늦으면 안 될 것이라 여겨 거리 두기를 시작하며 상호 간의 협의를 했다.
하지만 거리 두기를 시작하고도 첫째는 끊임없이 본인에 대한 애정을 시험한다. 예를 들어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슬쩍 보고는 그 옷을 나에게 찾아달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과거의 나는 알면서도 그 옷을 찾아주었다. 여기 있네! 하고). 또 학교 가기 전 냉장고를 힐끔 보고는 그냥 나가버린다. (역시나 평소였다면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고 이거 챙겨가야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그것들을 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며 기다려준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이는 늘 그 기회가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변화가 일고 있냐고? 속도는 더디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주 날씨가 추울 거라 예상했는지 따뜻한 옷을 '스스로' 찾아 입었고 학교에서 물이 필요한 사람은 본인인걸 알아서일까? 깜빡하고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와 물을 챙겨 나간다. 아이 스스로 무엇인가 하게 만들려면 (=어떤 식이든 행동변화를 기대한다면) 그게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좋다고 한다. 억지로 시키거나 손해를 본다고 느끼면 더 하기 싫어진다고 하니 이 점을 늘 염두에 두자!
더 늦기 전에 아이에 대한 짝사랑을 멈춰야겠다. 아니 멈추지 못하더라도 (사실 멈출 수 없는 쪽에 가깝겠지) 티는 내지 말아야겠다. 언제까지고 나를 사랑할 거라 생각하는 상대에게 선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특히나 받는 것에만 익숙한 어린아이일수록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기준 없이 오랜 시간 지내오다 어느 날 갑자기 나만 아는 선을 긋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 그걸 지키라는 것은 가혹하기 짝이 없으니... 조금 더 배웠다고 하는 어른이 먼저 적절한 기준(선)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줄 수 있어? 좋게 제안해 주는 것이 어떨까? 나도 이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닌 때 시작했다 생각하며 조금씩 맞춰나가 봐야겠다. 확신 없이 시작하는 이 모든 순간에 단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엄마와 아이 둘 다 조금씩 성장하는 시간이 되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