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일주일 #06
Blue Note의 긴 줄 앞에서 재즈에 대한 나의 열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확인하고, 그리니치 빌리지를 떠돌다가 어느덧 Cafe Wha? 앞에 도착했다.
밥 딜런이 처음 뉴욕에 와서 연주를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다음이었지만, 간판과 입장하는 사람들 모습만 봐도 크게 격식차리는 모양새 없이 캐주얼한 락스피릿이 스물스물 베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주말 저녁, Cafe Wha? 도 줄이 길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미 대세는 락으로 기울이었다. "Are U Ready?"
입구 계단에서 앞선 몇 팀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이, 질서 유지 담당 어깨를 만났다.
어디서 왔냐, 이름이 뭐냐, 안녕하세요 를 안다 등등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기 알맞은 이방인들이고, 우리에게도 연주 소리만 들리는 계단에서 아까운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더니 포스터를 찍으라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구석으로 딱 붙어버리는 귀여운 사람.
"아니 밥 말리 말고 바비 너 말이야"
그제서야 서로의 의도를 알고는 한바탕 웃었다.
Blue Note의 상실감도 잠시, 입장하는 순간 그래 이거다!!를 외쳤다.
팝부터 락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는 이 팀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술이 바닥났다.
어느덧 시간은 내일로 흐르고, 여기저기서 마지막 앵콜을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기타만 연주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노래하면서 연주한 곡은 Purple Rain.
이 곡을 난생 처음 라이브로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잘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사람들이 후렴구를 따라 부르면서... 나도 Blue Note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렇게 두 번째 술도 금방 동이났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