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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10. 2020

방콕, 떠나려면 항상 아쉬운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태국 방콕


떠나려면 항상 아쉬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나 보니 모두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 9시였다. 모두 전날에 있었던 바비큐 파티와 클럽에서 광란의 밤을 보낸 듯 시체처럼 자고 있었다. 아마 해 뜰 때까지 놀다가 이제 막 귀가해서 침대 위로 굴러 들어왔을 것이다. 1층으로 내려가서 가볍게 차 한 잔을 했다.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바깥보다 따뜻한 실내라 창문에 김이 서렸다. 나는 항상 이 고요함을 좋아한다. 





  어느새 11시가 되었다. 잠이 별로 없는 인간들은 슬슬 깨나서 1층으로 내려왔다. 모두 꿈꾸는 사람처럼 눈에 초점이 없었다. 누군가 시끄러운 노래를 틀었다. 흥이 슬슬 다시 오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커피를 뱃속에 털어 넣고 일어났다. 


  나는 짐 정리를 했다. 그리고 Pil의 회사 직원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인 티팬티는 감사했지만 쓰레기통에 버렸다. 평생 붉은 티팬티는 절대 입지 않을 거다. 방에서 짐을 모두 정리한 나는 1층으로 배낭을 메고 내려왔다. 막상 시끄럽고 서양사람이 많아서 불편했던 이곳이 소파에 앉자 편하게 느껴졌다. 떠나기 싫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치앙마이로 떠나야 했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 방콕에서 썩을 때까지 있을지 모른다. 게으른 살찐 고양이처럼 소파에 앉아서 초점 없는 눈으로 멍 때리다 보니 벌써 12시가 되었다. 얼른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주택가를 지났다.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 방콕 시민들의 일상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직장인들은 이미 출근을 했을 것이다. 점심식사를 파는 식당은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요리하고 있었다. 오후부터 장사를 시작하는 상인들은 서둘러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팟타이를 시켰다. 역시 볶음국수 팟타이는 언제 먹어도 매력적이었다. 맛있었다.


  방콕은 해가 떴을 때와 졌을 때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도시라 느꼈다. 밝은 햇살이 막 물청소를 끝낸 바닥에 반사되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부시 다기보다는 청명하고 맑아 보였다. 아름다운 방콕, 떠나기 전에 아쉽다. 항상. 더 있었더라면 이들의 매력을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을 텐데. 


  나는 BTS와 MRT를 번갈아 타면서 Hua Lam Phong(후알람퐁 역)에 도착했다. 치앙마이로 향하는 야간 기차표를 여기서 살 수 있었다. 매표소로 향했다. 그런데 기차표를 구하려고 보니 12월 29일 화요일까지 표가 매진이었다. 이 정도로 기차가 인기 좋은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여행사에서 미리 다 표를 구매해놓은 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어쨌든 이 시즌엔 방콕 시민들이 치앙마이에 많이 간다 하니, 미리 구해놓지 않은 스스로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고생스럽지만 Mo Chit역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Mo Chit역에는 치앙마이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북부터미널이 있다고 했다. 



후알람퐁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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