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틴틴문 Feb 14. 2020

치앙마이 Sunday Market

차분하고 고요한 아름다운 치앙마이 그곳에서

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 Sunday Market

  치앙마이 구시가에 들어오니 오래된 건물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구시가를 잘 보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국에는 제대로 보존된 옛 건물이 많지 않다. 아마도 압축 성장을 하면서 구시대의 것은 구리기 때문에 밀어서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개발 논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역사가 있는 건물은 분명 노후되고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반면, 옛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에서 풍기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있다. 우리가 옛 건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럽에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바로 그 감정이다. 갈수록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변화 속에서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물을 보면 여유와 기품이 느껴진다. 현대식 건물은 대체적으로 현대인의 소비패턴에 맞춰져 있기에 실용적이지만 대량 생산된 물건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치앙마이의 골목을 따라 예약해 두었던 호스텔을 찾기 위해 걸었다. 치앙마이의 골목은 참 작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집집마다 기르는 아름다운 식물이 담장 너머 삐져나와 있었다. 





  치앙마이는 북쪽이라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엔 쌀쌀했지만, 낮엔 따뜻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가을의 날씨였다. 여름에도 그렇게 무덥지 않고,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 않은 이곳은 참 천국 같이 살기 좋은 동네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끊임없이 이곳에 오려고 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지인들은 꼭 태국 치앙마이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치앙마이에 온 지인들은 좀처럼 이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고 되도록 오래 머물렀다. 무엇보다 숙박비와 식비가 저렴하고, 여행자가 어떤 소비를 하냐에 따라서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방콕이나 파타야처럼 유흥으로 물든 도시가 아니었다. 천천히 일어나서 자신이 사랑하는 카페에 가서 차 한 잔을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사색에 잠기면 된다. 해가 떨어지면 생각이 잘 맞는 친구들과 싱하맥주나 창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호스텔에 짐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호스텔 주인이 오늘 Sunday Market이 열린다고 한 번 가보라고 했다. 호스텔에서 조금 걸으니 장터가 보였다. 시장은 오후 5시부터 열린다. 개장 시간에 맞춰서 상인들이 준비를 서둘렀다. 해가 지면서 더 많은 상인들이 상점을 열었고, 더 많은 사람이 장터에 찾았다. 사원에 불이 꺼지자 사원 안 공터에도 상점들이 들어섰다. 얼마나 큰 규모인지, 치앙마이 구시가의 1/3가 Sunday Market으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방콕에서 보았던 짜뚜짝 주말 시장은 정말 이곳에 비하면 콩알이었다. 





  저녁 8-9시쯤 되니까 중앙에 있는 장터의 길은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사람들로 정체가 이루어졌다. 맛있는 먹거리가 너무 많아 다 먹어보고 싶지만 먹을 수 없었다. 가격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바로 부담이 되는 건 위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팟타이였다. 태국인들은 지겨워서 못 먹겠다고 하는데, 나도 질리도록 먹어보고 싶다. 이들의 야시장 문화는 정말 탐이 나는 문화였다. 아무리 한국에서 이들의 야시장 문화를 따라 해 본다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무더위에 지치는 나라에서 생길 법한 장터 문화였다. 1년 내내 낮엔 더우니까 밤에 숨 쉴 수 있는 시원한 공기를 맛보고자 외출을 하는데, 하나씩 모여서 생긴 것이 이런 야간 장터 문화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여름에 야간 장터가 열리더라도 겨울이 되면 추위에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뜸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야시장은 태생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좋은 친구 하나 있었더라면 여기서 밤새도록 시원해진 공기를 맞으며 맥주 한 잔 기울이고 싶었다. 널려 있는 게 먹거리요, 널려 있는 게 아름다운 장터인데,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건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많은 걸 느끼고 사색하게 만들지만, 함께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 여럿이 하는 여행은 즐거운 추억을 많이 공유할 수 있는 사건이 끊임없이 생기지만, 혼자만의 사색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어느 장터나 사람들이 모이면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많은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는데, 노부부의 공연만큼 인상 깊은 공연은 또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악기로 연주를 하고, 할머니는 동작에 맞춰서 춤을 추었다. 아름다웠다. 나도 한 평생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발이 아파왔다. 그래서 한편에 마련된 발 마사지사에게 발을 맡겼다. 두 손으로 내 발을 꾸욱 꾸욱 세게 눌렀다. 그러자 아픔이 사라지고 점차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주 시원했다.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마사지를 받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도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으니 뭐가 부끄럽고 뭐가 창피할 것인가. 나는 내 발을 마사지사에게 맡기고 코를 골며 졸았다. 마사지가 끝나자 나는 돈을 지불했는데, 나에게 달콤한 휴식을 준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저렴한 비용이었다. 평생 동안 받아도 질리지 않을 마사지를 받고 기분 좋게 호스텔로 향했다. 오늘은 달콤한 잠을 자겠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닭튀김과 1만 스님의 입관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