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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13. 2020

닭튀김과 1만 스님의 입관식

한가로운 치앙마이의 첫 느낌

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의 닭튀김 

  방콕 북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 8시간이 흘렀을까, 버스가 치앙마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라는 낯선 환경이기도 했고,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외국인이라 잔뜩 긴장한 탓인지 거의 깨어 있는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온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쑤시고 피곤했다.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이라 깜깜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를 살짝 넘은 시간이었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북쪽에 있는 탓에 약간 쌀쌀했다. 그래서 배낭에서 난방과 바람막이를 꺼내서 걸쳤다. 어두울 때 돌아다니는 게 위험할 거 같아서 해가 뜰 때까지 이동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탐앤탐스 24시간 coffee가 있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를 여기서 볼 줄이야. 뒤늦게 모자를 버스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버스가 서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버스는 출발한 뒤였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했다. 도로엔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들이 나타났다. 7시 10분쯤 되었다. 카페에서 나와 치앙마이 구 시가를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치앙마이는 방콕과 다르게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한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걷는 동안 마주친 노점상에서 치킨을 팔길래 자리에 앉았다. 치킨을 튀기시던 아주머니가 상당히 친절했다. 태국인은 대체적으로 친절했지만, 방콕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 수도에 사는 주민 다운 쌀쌀맞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치킨 아주머니는 외국인을 자주가 아니라 종종 보는 듯 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구시가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대부분 툭툭이를 타고 간다. 하지만 난 이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고, 비용을 아끼자는 계산으로 걷는 걸 택했다. 그래서 치킨 아줌마와 마주칠 수 있었던 거다. 치킨 한 조각과 밥을 샀다. 그런데 서비스로 튀킨 치킨 껍질을 작게 썬 걸 내게 주셨다. 맛있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믹스 2개를 주었다. 너무 감사해하며 치킨 껍질 튀김을 치킨 한 조각 가격만큼 주셨다. 





  서로 코쿤캅(남자가 하는 감사의 표현), 코쿤 카(여자가 하는 감사의 표현)하며 두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꾸벅했다. 태국 여성은 '코쿤 카~'하는데 뒤에 발음이 독특하다. 뒤끝을 천천히 흐리면서도 낭랑하게 들리도록 발음한다. 그래서 참 귀엽다고 느껴진다. 걷는 내내 치킨 껍질을 입에 넣고 씹었다. 지금에야 한국 KFC에서 닭껍질을 튀겨서 판매하는데, 동남아에선 한참 전부터 먹고 있던 간식이었나 보다. 바삭바삭 짭조름하다.  






1만 스님의 입관식

  치앙마이 구시가로 가는 도중 1만 명의 스님들의 입관식이 있었다. 큰 대로변에 스님들이 가득했다. 지역 주민들이 모두 나와 스님의 입관을 축하해주었다. 스님들에게 절과 기도를 하고 쌀과 음식, 과자를 공양했다. 언론도 취재를 나온 듯 카메라로 스님들의 모습을 계속 담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스님 불상이 큰 것이 있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합장을 하고 스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큰 스님으로 보이는 분이 끊임없이 기도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자 스님들은 일어나 좌우로 나뉜 채 일렬로 자신의 사찰로 향했다. 줄지어 걸어가던 붉은 승복의 스님들이 빛에 반사되어 묘한 느낌이었다. 이들에겐 아주 신성한 의식인 듯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현지인에게 들어보니 치앙마이에 여러 불교 교파가 있다고 한다. 이 많은 스님은 그 여러 불교 교파 중 하나라는 거다.     





  불교의 나라 태국답게, 태국인들은 부처와 스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태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성인이 되기 전에 한 차례 승적에 들어가 수도 생활을 체험할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는 사회적 전통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런 수도승을 존경하고 자신의 재물로 공양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나, 불교가 국교이며 국민의 95%가량이 불교도이다. 태국 문화의 전반에 걸쳐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태국 국민들은 출산, 결혼, 장례 등 모든 일상생활을 불교의식으로 하고 있다. 


  태국 불교는 '환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꾸준히 선행을 쌓으면 다음 생에 태어나도 불구 없는 삶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윤회사상이 붓다의 가르침이고 진리라 믿는다. 그래서 사찰이나 교회에서 소원을 빌 것이 아니라 평소 공덕과 선행을 쌓으려고 한다. 그래서 스님과 사찰에 공양을 할 기회가 생기면 덕을 쌓기 위해 태국인들이 신성한 마음 가짐으로 참여하는 거라 생각한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다. 그 이후에 인간을 도덕적으로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무시무시한 법률을 통해 인간을 제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법률이 사람들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법률 없이도 도덕과 정의가 자기 기능을 하는 거라 믿는다. 그러므로 태국에서 스님이란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조언을 해주는 존재로서 사회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존재이다. 


  입관식을 보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밝고 파란 하늘 아래 감사함을 느끼며, 치앙마이 구시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시가로 향하는 도중 스님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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