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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Mar 04. 2020

라오스에서 튜빙, 우린 모두 친구!

풍류와 노래, 춤, 그리고 술.

라오스 방비엥


한국인은 라면!

  언제나 항상 습관처럼 일찍 자든 늦게 자든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해가 거의 뜰 때까지 놀았기 때문에 알람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술도 꽤 마셨기 때문에 속도 불편했다. 그래서 아침밥은 건너뛰기로 결정하고 방갈로 앞에 있는 해먹에 누워서 여유를 즐겼다. 방비엥 하늘은 늘 그렇듯 화창하고 화창했다. 여유롭게 있다 보니 바게트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하루 한 개 샌드위치를 끝장내라는 뇌의 미션을 수행 중인 것 같았다. 샌드위치는 꼭 먹었던 곳에서 시킨다. 그 바람에 노점상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기억한다. 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녀는 내게 매일 먹던 걸로 맛있게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바나나 망고 쉐이크를 추가해서 함께 즐겼다. 샌드위치로 맛나게 해장을 하고 늘 산책하던 길을 따라 걸었다. 





  제주 사람이라 그런지 물을 봐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늘 나의 목적지는 호수 근처가 된다.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항상 들고 다니던 일기장을 펼쳐서 이곳에서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꿈이나 미래, 작업에 대한 것들을 궁리하고 적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난 일기장 용도로 사용하는 메모지 하나, 번뜩이는 생각과 사색에 대한 걸 기록하는 데 사용하는 메모지 하나. 총 두 개의 메모지를 펜과 함께 들고 다녔다. 


  숙소로 돌아오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힙합 형님과 일본인 같이 생긴 형님, 직원들이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했다. 힙합 형님은 나에게 같이 먹자고 했다. 난 동네 형들처럼 날 편하게 대하는 형님들이 좋았다. 나가사키 매운 짬뽕을 사 왔길래 내가 라면을 잘 끓인다고 말했다. 사실 나 혼자 먹을 라면 한 개를 내 입맛에 맞게 잘 끓이지, 그냥 입에 발린 말을 한 거였다. 왜냐면 이들과 어울리고 싶었고, 라면을 그냥 얻어먹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살짝 긴장됐다. 4명이 먹을 라면 5개의 운명이 내게 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냥 인스턴트 라면일 뿐인데. 하지만 라면의 모든 걸 결정하는 건 물의 양. 나는 적정한 물의 양을 고민하며 수돗물을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식당에 있는 버너에 물을 넣은 냄비를 올려놓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인 같이 생긴 형님이 내게 수돗물을 받았냐고 묻는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냥 그 물을 버리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여긴 석회가 많이 섞여있어서 이걸 그냥 먹으면 몸에 석회가 쌓인다고 했다. 그래서 생수를 무조건 사다 마셔야 했다. 나는 다시 생수를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체되어 형님들에게 미안했다. 형님들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괜히 잘 끓인다고 했을까. 끓는 물을 보고 있으면 끓지 않는 법이다. 초조했다. 


  다 끓인 나는 형님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2인자인 깡패 형님이 내게 물이 좀 많고 오래 끓여서 면이 불었다고 핀잔을 준다. 난 맛만 좋았다. 내가 오랜만에 한국 라면을 먹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어쨌든 우린 국물까지 싹 다 먹었다. 역시 한국인에겐 인스턴트 라면이면 대동단결이다. 일본인 같이 생긴 형님이 등갈비찜까지 가져왔다. 나는 그것도 먹었다. 맛이 끝내준다. 






튜빙, 우린 모두 친구!

  라면을 다 먹고 해먹에서 쉬면서 귀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낯선 사람이 터벅터벅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정이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막 도착한 참이었다. 내가 방비엥에 오게 된다면 이곳으로 오라고 했는데 잘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무척 반가웠다. 털털한 그녀는 내게 미소도 없이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한다. 나는 곧 튜빙을 하러 간다고 정에게 말했다. 정은 자신도 가겠다고 한다. 


  힙합 형님이 부른 툭툭이에 루앙프라방에서 같이 넘어온 두 형님, 정, 귀, 인천 여자, 힙합 형님 그리고 내가 탔다. 우리의 툭툭이는 호수 상류로 향했다. 튜빙이란 튜브를 타고 호수의 물살에 맞춰서 하류로 흘러가면서 풍류를 즐기는 놀이였다. 재밌는 건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파티장에 있다. 호수의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기만 하다 보면 파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류 끝까지 흘러갈 터였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건 같은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고 이들을 따라 파티장으로 들어갈 것. 



신선 놀음하기 딱 좋은 튜빙



 겨울이지만 비가 최근에 많이 내려서 호수의 물이 불어났다. 그러므로 물살도 생각보다 빨랐다. 무엇보다 깊어서 살짝 긴장했다. 우린 서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인천 여자가 물살에 떠내려 갈 거 같으니까 힙합 형님이 나보고 저 여자 구해달라고 외쳤다. 나는 겨우 물살을 헤치고 가서 그녀의 튜브에 내 발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거북이처럼 두 손으로 물살을 헤치고 첫 번째 파티장으로 향했다. 모두 낙오되지 않고 물살을 헤치고 첫 번째 파티장에 도착했다.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심장을 뛰게 하는 힙합 노래. 매우 즐거웠다. 먼저 도착한 외국인들이 '비어퐁'이란 게임을 하고 있었다. 비어퐁이란 게임은 상대의 맥주잔에 탁구공을 던져서 넣는 거였다. 자신의 잔에 탁구공이 들어가면 그걸 원샷으로 마셔야 했다. 힙합 형님은 우릴 파티장에 있는 바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양주 작은 걸로 글라스 한 잔을 각자를 위해 주문했다. 하나씩 양주가 잔에 담겨 나오자 힙합 형님은 그 위에 불을 놓았다. 양주가 타면서 파란색 불꽃이 생겼다. 힙합 형님은 우리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빨개로 그냥 원샷하는 거야. 후루룩- 다 마셔버렸다. 우리는 모두 놀랐다. 하지만 이렇게 마셔야 기가 막히다니까 그렇게 마셨다. 후루룩- 아이고 내 목이 다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취기가 확 올랐다. 온몸이 달아올랐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우린 외국인들과 비어퐁 대결을 했다. 첫 번째 파티장에서 참 술을 많이 마셨다. 하지만 힙합 형님은 너무 마시지 말라고 했다. 아주 취한 채 튜빙을 하다가 익사할 수도 있다고. 


  첫 번째 파티장이 끝나자 두 번째 파티장으로 향했다. 우린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취했고, 튜브를 타고 호수를 떠내려가는 기분에 취했다. 노곤했다. 하지만 정신은 바짝 차려야 했다. 취하면 스르륵 물에 빠져서 정말 익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두 번째 파티장에 도착했다. 노래는 아주 신나는 힙합! 쿵쾅쿵쾅 아주 신났다.    





  외국인들과 술을 마시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쌓인 게 많았나 보다. 고삐가 풀리면서 정말 미친놈처럼 춤을 추었다. 보드카를 가져온 영국인의 술을 함께 나누어 마셨다. 영국인 여자랑 굉장히 친해졌다. 둘은 모두 키가 185cm는 되어 보였다. 키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뭐가 중요하랴 우린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술을 나누어 마시고 춤을 추다 보니 하나가 되었다. 호주,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미국 그리고 미친 한국인까지 국제 미친놈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우린 정말 광란의 막춤을 추었다. 


  난 술을 하도 마셔서 오줌이 마려웠다. 그래서 숲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았다. 개랑 소가 풀 위에서 한가롭게 있었다. 나는 개가 귀여워져서 도망가는 개를 쫓아갔다. 그리고 도망가길래 온 몸을 던져서 개를 잡았다. 개는 날 보고 겁을 먹은 듯 낑낑거렸다. 나는 개를 쓰다듬고 안심시켜주었다. 개는 곧 나를 반갑게 핥아주었다. 우린 친구가 되었다. 방비엥은 그렇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피부색이 다르든 말든 우린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네. 


  5시쯤 되자 힙합 형님이 돌아가자고 했다. 우린 툭툭이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도중에 들린 샌드위치 가게에서 해장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다. 치킨 베이컨 갈릭이었는데, 아주아주 끝내주는 맛이었다. 가위바위보를 했다. 지는 한 사람이 콜라와 사이다를 사는 거였다. 다행히 나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산 음료수를 공짜로 얻어먹었다. 기분 진짜 짱이었다.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좀 쉬다 보니까 직원분들이 삼겹살 파티를 마련해주었다. 삼겹살에 갈비찜, 밥을 먹었다. 타국에서 먹는 한식이라니. 여긴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다. 블루 게스트하우스. 타국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밥을 다 먹고 우린 사쿠라바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 모든 인간이 총출동했다. 이미 도착한 인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튜빙을 하며 보았던 외국인들은 모두 있는 거 같았다. 아까 친해진 영국 여자, 영국 남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했다. 술과 노래, 춤. 난 정말 그때 미쳐버린 거 같았다. 벚꽃 바에는 중앙 무대가 있었다. 아무도 창피해서 그곳에 올라가서 춤을 추지 않는다. 


  나와 일본인 닮은 형님이 중앙 무대에 올라가서 막춤을 추었다. 나는 정말 어이없는 막춤을 추는데 마치 제사장이 된 느낌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지며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소리를 지르며 뛰고 손짓했다. 사람들은 자신 앞에 미친 친구 하나가 날뛰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광란의 도가니처럼 춤을 춰댔다. 정은 제주에서의 내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며 웃기다고 했다. 


  나는 평소 정상인처럼 굴었지만 사실 또라이 기질이 있었다.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다니. 속까지 곪아 있었던 거다. 우린 전혀 착한 척할 필요가 없는 거다. 결국 모든 건 풍선효과처럼 한쪽이 튀어나올 뿐이다. 나는 정말 그땐 세상이 당장 망해도 좋을 만큼 신나게 춤을 췄다. 답답하게 가둬놓았던 스트레스가 모두 뻥-하고 팝콘처럼 터져버리면서 해소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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