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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Mar 03. 2020

방비엥에선 사쿠라바와 볼링장을 가야한다

그리고 쌀국수와 바게트 샌드위치

라오스 방비엥


블루라곤 속 선글라스

  블루라곤 아래엔 아마 수백 개의 선글라스나 귀중품이 있을 거다. 한국인 한 명이 고프로를 들고 블루라곤 가운데에 있는 한 나무 위에 올랐다. 멋있는 척을 하는 사내였다. 아주 뚱뚱하고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어서 저팔계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우렁찬 돼지 같은 소리로 '해피 뉴 이얼!' 하면서 다이빙을 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에서 여유를 즐기던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보았다. 거대한 삼겹살이 물아래로 풍덩하고 튀기니 마치 해일처럼 물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사람의 선글라스가 벗겨졌고, 블루라곤 깊숙한 곳에 수장되었다. 아마 블루라곤에서 다이빙을 하는 사람 중 선글라스를 끼고 뛰어드는 바보들이 저 사람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산소통을 들고 수중 다이버가 잠수를 하고 물아래를 수색한다면 수 없이 많은 선글라스를 건져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울림, 그 즐거움

  숙소에 도착하니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래서 샤워를 했다. 쉬다 보니까 형님 두 명이 막 카약을 타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함께 루앙프라방에서 넘어온 형님 두 명, 다른 숙소에 있다가 오늘 숙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두 사람은 간식으로 먹을 샌드위치랑 콜라를 들고 있었다. 아침에 샌드위치를 이미 먹었지만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방비엥 바게트 샌드위치는 최고다. 





  잠시 졸다가 일어났는데, 밤 11시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딜 가버렸는지 게스트하우스는 썰렁했다. 나는 아주 외롭고 고독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어디 갔던 직원 한 명이 게스트하우스에 왔다. 내가 혼자 해먹에 누워 고독하게 있는 걸 보고 사쿠라바에 왜 가지 않냐고 물었다. 


  그녀가 나를 사쿠라바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신나는 클럽 노래,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 마감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신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미친 사람처럼 춤을 췄다. 하하 호호 웃었다. 함께 유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참 행복했다.


  사쿠라바가 문을 닫자 우린 볼링을 치러 갔다. 볼링장은 클럽 노래가 흘러나왔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볼링을 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거 너무 행복한 거 아니야? 


  다 같이 노래에 맞춰 눈치를 보지 않고 춤을 추는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용기가 났다.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자신이 즐거우면 눈치 보지 않고 출 수 있다는 이 분위기. 내가 그동안 너무 한국적이었나 싶었다. 우리나라는 주변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다. 점잖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점잖고 주변을 의식하도록 설계된 건 아닌 거 같았다.


  태초부터 인간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안에 쌓인 무언가를 쏟아내고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우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툭툭이를 타고 밤거리를 달려갔다. 하늘엔 별이 너무 많았다. 이런 행복감을 언제 느껴보았을까. 숙소 근처에서 쌀국수 한 그릇씩 먹었다. 얼큰하고 너무 맛있었다. 방비엥에서 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어울릴 수 없다면 어디서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방비엥에선 바게트 샌드위치, 사쿠라바, 볼링, 쌀국수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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