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태국 파타야
그녀들은 하이에나처럼 우릴 보았다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흐른 거 같았다. 목적지 근처에 온 듯 지정된 위치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밴에서 내렸다. 모두 파타야에서 내리는 건 아니었나 보다. 곧 승객으로 꽉 찼던 밴이 텅 비었다. 관광객으로 밴을 타고 온 건 나와 재홍뿐이었던 거 같다. 밴이 멈춘다. 기사가 내리라고 한다. 여기 파타야 맞아? 맞아. 창문 밖을 보았다. 여긴 호텔도 없고 평범한 주택가였다. 분명 파타야는 해수욕장이 펼쳐진 휴양지일 텐데. 기사는 우리에게 툭툭이를 타고 호텔까지 가라고 했다. 얼른 내리지 않으면 방콕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방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우린 문을 열고 내렸다.
밴이 떠났다. 정말 여기가 파타야가 맞나 싶었다. 분명 해안에 가까이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제주도 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수분 가득한 공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먼저 숙소를 찾기로 했다. 지도와 현재 위치의 거리 모양을 보면서 방향을 잡았다. 재홍의 캐리어 바퀴가 거친 보도블록 위를 구르며 나는 소리가 덜거덕덜거덕 들렸다. 꽤 걷다 보니 파타야 로고가 보였다. 아, 드디어 정말 파타야에 왔구나. 기분이 좋았다.
거대한 텐트 같은 골목을 지나 해안으로 향했다. 거대한 텐트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말 큰 텐트 같았기 때문이다. 기억에 의하면 길 양 옆으로 천막 같은 지붕과 그걸 받치고 있던 기둥으로 이루어진 오픈된 가게들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탁자와 의자, 그리고 술을 제조하는 공간 같은 바(Bar)가 보였다.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모두 저녁에 손님을 받는 술집처럼 보였다. 축제가 한창인 대학이나 지역처럼 보였다. 밤새 술을 마신 뒤의 부산함이 남아 있다. 술을 만들고, 팔고, 마신다. 안주를 만들고, 팔고, 마신다. 웃고, 떠들고, 춤을 춘다. 그리고 몽롱해진 손님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파느라 지친 주인과 점원들은 뒷정리를 얼른 마치고 귀가한다. 그리고 아마 이 상태가 됐을 거다.
알코올 냄새가 났다. 해안가에 가까워질수록 외부와 차단된 흔히 말하는 보통 건물이 나타났다. 클럽 혹은 음식점, 술집들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유흥, 관광도시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안까지 닿기 위해 걸었던 시간 동안 빽빽하게 모인 수없이 많은 가게들을 지났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이어진 전선들이 하늘을 가렸다.
파타야 해안이 나타났다. 제주에서 살다 보니 바다를 보면 기분이 편안하고 좋다. 해안이 아주 길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해수욕장 4-5개는 합친 것 같았다. 파타야 해변 끝에서 끝까지 걷는다면 40분은 걸릴 거 같았다. 해안 따라 거대하고 호화스러운 호텔들이 이어졌다. 저렴한 호텔일수록 중심부에서 멀어졌다. 우리 호텔은 중심부에서 살짝 멀었다. 한참을 걸어야 했다.
해안을 걷는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를 쳐다보던 그곳 여자들의 눈빛이었다. 가슴골이 파인 야한 셔츠를 입은 여자들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처럼 나와 재홍을 유심히 보았다. 2-3씩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는 그녀들은 나이 때가 우리보단 높았다. 40대부터 60대까지. 우리보다 나이 있는 여성들이 우릴 쳐다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어느 연상의 여성이 우릴 유혹하는 눈빛으로 대낮부터 쳐다보겠는가.
나중에 안 사실은 이들은 돈을 받고 성을 파는 여성들이었단 사실. 그들은 우리를 보며 낄낄 웃었다. 손짓을 하거나 간혹 뭐라고 태국어로 우리에게 말하기도 했다. 앉아 있든, 서 있든 여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계속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면 우릴 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와 재홍은 빠른 걸음으로 그들로부터 멀어졌다.
호텔로 향하다 보니 머리 9개 달린 뱀이 보였다. 동남아 4개국을 돌면서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나가(Naga) 뱀신이다. 왜 이들이 뱀을 모시고, 왜 뱀이 신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동네엔 뱀이 참 많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겨우 호텔에 도착했고 우린 여권을 꺼내 체크인을 했다. 태국에 도착하고, 하루 꼬박 밤을 새우고 오후가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잠을 안 자고 깨어있어 본 적이 없었다. 몽롱했다. 하지만 지금 자는 건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샤워를 한 뒤, 피로를 풀기 위해 태국 전통 마사지를 받기로 결정했다. 호텔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