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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Jan 29. 2020

파타야 워킹스트리트

화려한 네온 사인과 호객 행위

태국 파타야


워킹스트리트와 테러

  Walking Street로 향했다. 입구엔 전갈, 개구리, 곤충 같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길거리 음식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로 바글거렸다. Walking Street은 파타야에서 가장 번화한 유흥의 거리다. 해가 지면 사람들을 호객하기 위해 너도나도 화려하게 만든 네온사인이 켜진다. 대체로 붉은색이다. 강렬한 붉은색 네온과 해가 진 뒤 찾아오는 특유의 어두운 남색 거리가 묘하게 대비되는 풍경이다. 





  오빠! 귀를 의심했다. 누가 큰소리로 한국어로 우리에게 오빠라고 했는지 돌아봤다. 호객행위를 하는 태국인 여자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녀의 장난기 있는 표정에 미소가 번졌다. 빨리 와. 얼른 와. 나와 재홍은 부끄럽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랬더니 아주 다급하고, 어쩌면 성 이난 것 같은 목소리로 오빠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오빠, 오라고! 야!! 나와 재홍은 웃음이 터졌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 오빠들이 이곳을 왔으면 태국인 여자가 우릴 보고 단번에 한국인 오빠라고 알았을까. 


  클럽과 고급 레스토랑, 무에타이 경기장이 즐비한 이곳에서 특히, 고고 바(go-go bar)가 많다. 고고 바는 보통 스트립댄서, 음악에 맞춰 손님들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춤을 추는 여성 댄서가 있는 술집이다. 고고 바 앞에는 항상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의 여성이 야한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야한 산타복(절대 실제 산타가 입지 않을)을 입고 유혹하고 있었다. 



무에타이 경기장



  태국은 무에타이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실제 경기가 이루어지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링 위에 선 선수 두 명이 서로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한 뒤, 서로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 관광객들을 위해 오락거리를 제공하려는 듯 실제 경기보다 수위는 높지 않았다. 실제 경기는 TV에서 볼 수 있는 이종 격투기처럼 난폭하고 파괴적일 테니까. 많은 관광객들이 무에타이 경기를 즐기는 중이었다. 


  나에게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무에타이 선수 한 명이 접근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어달라고 했다. 잔뜩 인상을 쓴 채, '가만 안 둬' 표정으로 두 주먹을 얼굴 위로 올렸다. 은퇴한 선수인 듯 그리 멋지진 않았지만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러더니 자신도 카메라로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낯선 사람이기에 카메라를 넘겨줄 수 없었다. 빌려줄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복서는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한 팁을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팁을 조금 주었다. 


  갈수록 사람이 많아졌다. 사실, 2015년은 IS테러가 유행하던 때였다. IS는 태국에 크리스마스 전후에 테러를 일으키겠다고 선포했다. 그래서 사람이 밀집된 곳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다. 히잡을 쓴 사람을 보면 괜히 겁이 났다. 그러나 만약 내가 IS 테러리스트였더라면 히잡은 쓰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이들은 죽을 걸 각오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목표니까.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노출될까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그들의 교리를 따라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죽는 것이 신의 은총을 받는 길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파괴적인 성향을 주변에 더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거다. 


  다행이었던 건 테러 위협이 심했던 그 당시에 Walking Street 입구에 무장한 군인, 경찰이 배치되어 총기나 화학 무기, 폭탄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손쉽게 테러를 당하면,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게 되는데, 결코 태국 정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파리 시내 총 7곳에서 동시에 테러와 인질극이 발생했다. 무차별 총격과 자살폭탄테러로 시민 131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총 8명으로 추정되는데, 1명은 사살, 나머지는 스스로 폭탄벨트를 터뜨려 폭사하였다. 다행히 파타야, 방콕에 있는 동안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1월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쇼핑몰 사리나 1층의 스타벅스 인근에서 세 차례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월 14일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었고, 테러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했다.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었단 사실에 분노했다.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실제 자카르타 테러까지 발생하니 가족들은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글을 쓰는 2020년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IS가 격퇴되었다고 하나 아프리카, 중동은 여전히 잦은 분쟁과 전쟁으로 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 2020년 1월 8일,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 여객기가 격추되었고, 그 바람에 탑승자 176명 모두 숨졌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권력 세력 간의 다툼의 피해자는 언제나 힘없는 약자들이다. 그들이 욕심을 내려놓을 일은 결코 없을 일이지만, 하늘에 신이 있다면 이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 좀 그냥 놔두라고 말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활력 있는 워킹스트리트(Walking Street)



  어디선가 비릿한 두리안 냄새가 났다. 워킹스트리트가 끝나는 지점 쪽에 있는 과일가게 앞에 멈춰 섰다. 두리안이 보였다. 두리안은 껍질이 단단하고 뾰족한 가시 같은 게 달려 있는 과일이다. 껍데기를 까서 내용물을 꺼내면, 마치 동물의 간처럼 생긴 알맹이가 있다. 모양은 간, 색깔은 초록색이었다. 난생처음이지만 두리안을 맛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비릿한 향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적응이 되었다. 크림치즈 같은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달콤한 맛이 났다.



구린 향에 못생겼지만 달콤한 크림치즈 맛이 나는 두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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