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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Apr 08. 2016

안녕, 그 당연함

너와 나를 담아.

 혼자 카페에 앉아 있었다. 인적이 드문 단골카페. 의자가 편하지도, 그렇다고 인테리어가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날 알아봐 주시는 아주머니와 깊은 커피 맛에 이끌려 단골이 된 곳이었다.


 카페에선 늘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구식 라디오를 통해서. 가요 일색의 여느 카페들과는 다른 나만의 카페. 오늘도 혼자인 나는 마치 카페를 점령한 기분으로 고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또 때때론 글을 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어느새 앙상한 얼음 조각으로 남았고, 또 얼음조각이 다시 몸으로 울어낼 때쯤, 꽤나 특이한 손님이 들어왔다. 열리는 문의 종소리보다 먼저 울렸던 목소리.


 “아, 내가 손님 한 명 데리고 왔는데, 이젠 바빠질 거야.”


 경쾌한 목소리의 중년 남성. 뒤로는 단정한 행색에 뿔테 안경을 낀 중년 여성이 따라 들어왔다. 주인아주머니와 친한 사이일까? 남성은 제법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또 뒤따라오는 여인이 발이 넓어 손님이 많아질 거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그렇구나. 호쾌한 양반이구나. 특이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양반이 그러기 전까진….


 “안녕하세요!”


 크고 호쾌한 목소리. 뜬금없는 인사다 싶었다. 한 명과는 동행했고, 주인아주머니와는 이미 인사를 나누고 음료도 시킨 후였으니까.


 “안녕하세요!!”


 다시 한 번 크고 호쾌한 목소리. 쩌렁쩌렁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글쎄, 소리의 파장이 이쪽을 향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를 바라보고 싱글거리고 있었다. 비로소 그의 인사가 나에게 와 닿은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에게 인사하는 게 맞았나 보다. 당시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던 나지만, 덩달아 고개를 숙였었다. 얼떨떨했지만, 다행히 내 몸에는 예절이란 것이 배어 있었나보다. 하지만 인사를 하고도 계속 의문이 들었다. 그는 왜 나한테 인사한 걸까? 또 그가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어찌 저리 쉽게도 고개를 숙이는 걸까? 또 그 인사가 어찌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그는 그 인사를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행과 함께 그의 용무로 돌아갔고, 나는 다시 내가 읽던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당연했지. 하지만 묘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는 어찌 그리 순수이 인사할 수 있었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 어찌 타인의 벽을 쉽게 넘어올 수 있을까? 심지어 그 타인의 기분이 나쁘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게 할 수 있을까?

 이름도 모르고 이유도 모를 사람.

 나 감히 추측하건데, 그의 말 속에는 그 아저씨가 그대로 담겨있지 않았을까? 진심을 넘어 자신을 진솔히 표현해낸 인삿말. 그리하여 나의 벽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나 감히 추측했지만, 나 감히 알 수 없겠지. 다만 그의 한 마디는 눈앞의 밥벌이에 차가워진 나를 녹였고, 재밌게 읽던 책을 기어코 내려놓게 하였으며,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배기게 만들어버렸다.

여전히 이름도 모르고 이유도 모를 아저씨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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