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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Apr 28. 2016

원더랜드를 찾아서!! - 치유 에세이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집중이 잘 되는 장소’

 어디가 있을까? 방? 카페? 도서관? 독서실? 작업실? 학교나 회사의 책상 등등등…. 그럼 창의력이 샘솟는 장소는 어디일까? 자기 전의 침대 위?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노래방? 연인의 앞 등등등….

 아마 수많은 개인의 만큼이나 다양한 장소들이 존재하겠지.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특이한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 거야. 그게 어디냐고? 글쎄, 막상 말하자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는 더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조금 망설여져. 하지만 이미 쓰기로 한 것, 또 솔직히 쓰기로 한 이상 숨김없이 말해줘야겠지?

 그러니까 내 특별한 장소는 바로….



 화장실이야. 앞의 말들로 벌써 예측했으려나? 역시 조금 부끄럽긴 하구나.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화장실에서 집중이 잘 됐었어. 기발한 생각이 벼락 내리 꽂히듯 파고들기도 했지. 뭐 진짜로 그곳에 벼락이 내렸다면, 엉덩이를 깐 채로 감전이 되어 죽었겠지만 말이야. 다행히 그곳엔 벼락이 치지 않았지. 나는 그 장소에서 늘 집중도 잘되고 창의적으로 변했어. 그렇다고 화장실로 교과서를 들고 가거나, 변기를 책상 삼아 공부를 한 건 아니야. (그건 화장실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좀 이상한 것 같아. 변기를 책상 삼다니 윽.) 단지 나는 볼일을 보러 들어갈 때 노트를 들고 들어가는 정도였지.


 그 안에서 엉덩이를 까고 앉아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했거든, 또 오직 나밖에 없었고 말이야. 누군가한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앉아도 되니, 내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도 있었지.

 그래, 어쩌면 그게 좋았을 수도 있어. 당시에 아직 내 방을 가지지 못했던 어린 나는(사실 아직 나는 내 방이 없어….) 나와의 대화가 가능한, 완전히 독립된 곳이 없었거든. 그러니 화장실만이 유일하게 나의 공간이었지. 오로지 나만 있는 공간.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숨길 필요도, 탓할 필요도 없이 온전히 꺼내놓고, 펼쳐놓고 사랑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나는 화장실이 좋았나 봐. 어느 철학자 양반 말마따나 배변을 처리하는 행위는 커다란 쾌감이었어!(물론 다른 의미겠지만….)


 그런데 사실, 난 내가 화장실을 좋아하고, 또 거기서 집중을 잘하며, 거기서 창의성마저 폭발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 오늘이 오기 전까진 말이야. 근데 어떻게 알았느냐고? 글쎄 내가 오늘, 아침에 너무 급하게 나왔거든. 그래서 미처 휴대폰 배터리를 못 챙겼지 뭐야? 아, 충전도 다 해놨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돌아가면 지각이었거든. 그래서 오늘 하루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을 했지. 생각만 해도 윽, 적막하기 그지없는 하루지 않아?


 지금 이 얘길 왜 하냐고? 우선 들어봐. 이제 곧 나오니까.


 스마트폰 없이 생활을 하다 보니 불편한 것도 많았지만, 그보단 좀 심심했어(그럴 땐 글을 썼어야지 한심한 과거의 나야!). 그날의 수업에 집중이 안됐거든. 그런데 수업이 아직 1시간 반은 남았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지 뭐야? 뭐, 어차피 공부도 안 되는데, 나는 아무 죄책감 없이 화장실로 향했지.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갔겠지만, (지금 이 글을 보는 너처럼.) 그날은 스마트폰이 없으니 노트를 들고 갔지. 오랜만에 말이야. 작은 포켓 노트와, 손에 익은 볼펜을 들고.


 이게 웬걸? 아무리 짜내도 나오지 않던 아이디어가, 고작 화장실을 간 것만으로 내 포켓 노트 위에 쏟아져 나오지 뭐야. 나 참, 기막히게! 행복한 순간이었지. 그냥 홀린 듯이 썼어. 막 썼어. 손이 그냥 모터가 달려가지고 막 달려 나가더라고. 그러다 보니 생각나더라. ‘아, 내가 여기서 이랬었지.’, ‘아, 나 참 화장실에서 집중 잘 했었는데.’ 이런 것들이 말이야. 사실 이 글도 화장실에서 쓴 거거든.(킁킁 글에서 냄새나는 거 아니겠지?)

 수업이고 뭐고,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글을 썼어. 단숨에 두 페이지를 가득 채웠지. 아주 개운했어. 음….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야. 그렇게 볼일도 말끔히 끝내고 일어나는데 알겠더라. 내가 평소에 스마트폰 때문에, 여길 잊고 있었다는 것을.


 그도 그럴게 스마트폰은 온통 재밌는 것 투성이 거 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게임에, 뉴스에, SNS소식에 카톡까지. 이것만 봐도 하루가 부족한데 내가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있을 리 없지. 이제야 알았어. 내가 미디어에 지배당하고 있었구나. 신방과 출신으로써 늘 미디어의 위험성을 배우면서도, 참 우스운 일이지? 현혹되고 지배당하고. 그래서 소중했을 순간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너무 뻔해 늘어놓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이야.


 그래, 뻔한 이야기지. 심지어 스마트폰만의 문제도 아니지. 우리는 살다 보면,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쉽게 잊기 마련이니까. 근데 또 웃긴 게, 잊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하루가 행복해지더라? 응, 맞아. 오늘 내가 그랬어. 그때의 추억이 남아있어서 그런 거겠지? 덕분에 나는 온종일 싱글벙글했고, 자랑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 써두는 거야. 자랑하려고, 또 다신 잊지 말자고. 잊어버리면 이 글 보고 기억해 내라고.


 끝으로 너에게도 도움이 되라고. 너에게도 분명 너만의 장소가 있을 거야. 소중한 장소. 어쩌면 나보다 부끄러운 장소일지도 모르지.(ㅎㅎ) 굳이 나한테 말해줄 필요는 없지만, 또 무조건 내 말을 따를 필요도 없지만, 지금 여유가 된다면 한 번 생각해주길 바라. 너만이 가졌던 너의 원더랜드를.




 우리의 일상, 지나치는 작은,

 너와 나의 행복을 위해. 이 한미루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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