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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Jul 04. 2017

괜찮았으면 좋겠어

너 내 동료가 되라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요, 생존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이들도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패배자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까 내리고,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노력이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나태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쉬는 건. 악이 아니잖아요.


 지금 당장의 식비도 없는데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요. 빚내고 용돈 타 쓰면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요. 내일이 없는데 어떻게 꿈을 꿔요. 어떻게 여건 없이 노력을 해요. 요즘 세상, 그런 세상 아니잖아요. 열심히 하는 아빠도 성실한 엄마도, 공부밖에 모르는 친구도 형, 누나도 다 힘들잖아요. 한다고 되지 않잖아요.


 또 어떻게 모든 곳에서 노력해요. 어떻게 열정이 파도, 파도 나와요? 그게 이상한 거잖아요. 사람은 원래 그렇지 않잖아요.


당신도, 그렇잖아요.


 그러니 괜찮아요. 지금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당신도, 그래서 ‘이래도 될까’ 불안한 당신도. 도태되는 건 아닐까 아등바등 매달리는 당신도, 다 괜찮아요. 잘못된 건 이 세상,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게다가, 이건 저밖에 모르는 비밀인데…. (소근 소근) 이 세상은 말이죠, 일등들이 만든 게 아니에요! 모두들 미디어니 대중이니 하는 것들에 속고 있는 거지, 사실은 일등이 아닌 사람이 더 많다니까요! 일등은 각 분야에 한 명 뿐인데, 그 분야를 사랑하는 사람은 수십 수만 명 있거든요. 어때요? 전혀 몰랐죠?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이 알았다면 그렇게 당신을 탓했을 리 없죠.


 아유, 알아요, 알. 일등하고 싶겠죠. 비틀린 세상이고 나발이고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싶은 우리니까. 아니, 나를 증명하고 싶으니까. 당연히 일등하고 싶죠. 적어도 하고 싶은 걸 잘 해냈으면 좋겠죠. 이해하고, 공감해요. 비록 나태해빠지고 왜 다들 노력해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는 나지만, 존중해요. 그런 건 얼마든지 노력해도 되요. 밤도 좀 새고, 밥도 좀 굶어도 되요. 삼일 밤낮 떡 진 머리라도 행복하겠죠.


 다만 당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않아도 자책하지 않길 바라요. 당신은 패배자가 아니에요. 그저 소수의 외로운 삶을 떠나, 다수인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 것뿐이죠. 누구든 여기서 쉴 만큼 쉬다가 다시 날아가면 되요. 빛나는 당신은, 아니 아름다운 우리는 모두 날아갈 수 있으니까. 또 날아가지 않아도 되요. 모두가 날아야만 한다는 건, 거북이가 나무를 잘 타야한다는 말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거죠.


 멈춰선 자신을 걷어차지도 말아요. 빛나는 꿈을 갖고도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한심하다 미워하지도 마요. 굳이 ‘더 노력해야 한다.’ 몰아넣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삶이잖아요. 그냥 편히 쉬어요. 당신처럼 멈춰 선 사람들 얘기도 돌아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구경도 해봐요. 누가 그러는데 그냥 살아있는 것도 뒤지게 힘든데 노력은 무슨 빌어먹은 노력이녜요. 맞아요. 사람 사는 게 중요하지. 노력이 뭐 중요한 가요?

 

 뭐라고요? 쟤는 뛰어가는 데 나는 이렇게 서있어서 어떡하느냐고요? 뭘 어떡해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뛰고 싶음 뛰시던가요. 뭐 어떻든 괜찮아요. 문창과 나와서 하루 열다섯 시간씩 글 쓰는 사람들은 맞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만큼만 쓰는 나는 틀린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가 일등이 되지 않아도, 노력의 실패나 포기가 낙오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모두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일등의 문이 넓어지지 않아도 되요. 다만 꼴지라도 살만한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그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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