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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문수 Nov 21. 2021

퇴사

너를 모른다 18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해 보게     




나는 페미니즘도 안 하고


퀴어도 안 하는데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네 작가가 되고 싶나


시인이 되고 싶나


아님


유명인이 되고 싶나     




아님


불사신이 되고 싶나     




돈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데 돈 안 되는 일을 왜 하나?     




다른 일은 하기가 싫습니다


돈보다 내 가능성을 믿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자네는 결국 돈을 믿는 게로군     




저 역시 한 명의


노동자니까요     




양반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어디 있어


굶지 않으려고 하는 게 일이지     




그럼 어떻게 행복합니까     




행복을 포기하면 된다네     




남들처럼 사는 게 안 됩니다     




누가 똑같이 살래?


비슷하게 살아야지


비슷하게 사는 건 좋아해도


똑같이 따라하는 건 징그러운 거야     




나는 괴물이랑 사는 겁니까?     




적어도 잡아먹으려 하지 괴물은


관심이나 있나? 사람은     




나는 왜 눈치를 봅니까?     




마비되지 않았으니까     




가끔 생각합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사회에서 지워질 수 있으려나?


나는 청춘인데


왜 뛰어나지 않습니까?     



양반아


자네 같은 사람이 한둘인 줄 알어?     




그럼 내 쓸모는 무엇입니까?


나는 노동력


그것뿐입니까?


내 가치는


최저시급입니까?     




자네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수두룩해    

 



나는 위로를 받고 싶은데


왜 남의 고통을


위안 삼아야 합니까     




세상이 그래


사람을


더럽고 치사하게 만들어  



   

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자네 삶의 낙이 뭔가?     




나를 위해 살아야지 하는데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억울하지 않나


뭣도 없이 가면     




기껏 마련해놓은 게


실패랍니다     




실패라 할 만큼


기를 쓰긴 했나?     




무기력한 사람이


어떻게 기를 씁니까     




자네는 스스로를 몰라   



  

가르쳐주십시오     




언제까지 떠먹여줄 것만 생각하나


동심을 지키는 것과


미숙한 건 다른 일이야     




어른이 꼭 되어야 합니까?     




그렇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럼 모두


자기 대신 책임져줄 사람을 구하는 거군요     




자네도 그렇잖은가


편하게 살고 싶지


돈 잘 버는 백수     




정의란 무엇입니까     




베스트셀러     




기믹의 독재     




봐, 자네는 답을 알아


이제 됐지?     




네,


출근하겠습니다     


                                                                                                                                                          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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