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문수 Dec 12. 2021

두부

너를 모른다  21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


입에 잿더미를 물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꼭 나랑은


떼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


얼마간 그렇게 살고 있으면


내 마음 끄트머리 그을리다


깜빡 잿눈이 내립니다     




사늘한 밤. 잠은 자야 하니


잿더미에 불을 붙였는데


어디 붙겠습니까     




거스러미 뜯고 조금 부딪쳐


붙였더니 모여드는 사람들이


모닥불이라며 다닥다닥


손을 붙입니다     




불가가 우릴 떠날 때까지


입을 다뭅니다     




사람들이 새 불가로 모두 떠나면


식어버린 잿무덤에


나는 혼자가 된 사람을 묻고


눈을 붙입니다     




굴뚝이 무너졌다고


네가 울 필요는 없다     




산타가 오지 않아도


눈밭 위를 걸어와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이


또 너에게 있다     




머리에 가시를 매단 짐승아     




살을 터트린 아픔조차


너는 일상이 되었을까     




그 가시에 불빛을 걸자


예쁜 종을 꽃을 걸자     




나 빨갛게


너 파랗게


우리 꼬옥 안자     




우리가 크리스마스트리


오늘은 너도


생일인 걸로 하자     




잿더미 같은 마음이라도


사람을 위해 모아준다면     




한 모의 정.     




곧 뭉개질 얼굴을 하고도


전하러 오는 사람이


있다     


                                                                                                                                                          21. 12. 12.

매거진의 이전글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