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가 다 안아 주겠다』 수록작

by 나문수

떨어진 담뱃재처럼

하루는 한 사내가

폭삭 무너져 있었다.


부러 물으니,


한 번 불태웠더니

이제 더 태울 게 없다 말한다.


마른 손 비벼

그를 뭉쳐 세우니

또 무너진다.


그는,

한때는 자기 눈에도

오색빛깔 꿈이 있었는데

이제는 까맣게 탄

고집뿐이 없다 되뇐다.


나는 물 묻힌 손으로

그를 다시 빚어 앉힌다.


그리고는 불가로 돌아가

마른 장작과

까만 숯덩이 하날 챙겨온다.


그의 발밑에 두고

묻는다.


“마른 장작과 숯 중에

보다 단단한 게 무엇이냐?”

그러면 그는,


“장작입니다.

장작은 도끼로 패고

숯은 손으로도 쪼개니까요.”


우리는 계속

묻고 답한다.


“불붙이기 좋은 건 무엇이냐?”

“그것도 장작입니다.

아직 태울 게 많으니까요.”


“그렇담 더 뜨겁게 타는 건 무엇이냐?”

“숯입니다.”


“왜지?”

“태우고 싶은 것만 남았으니까요.”


“아주 틀리진 않아. 다만,

내가 아는 바는 이렇다네.

숯이 더 뜨겁게 타는 건

이미 한 번 태웠기 때문일세.”


그는 까만 눈을

끔벅거린다.


“자네가 그 숯이라는 말이야.

이제 한 번 태웠을 뿐인데

왜 벌써 재가 된 줄 아는 겐가?”


그제야 사내는

구둣발을 삐걱거리며

가던 길을 도로 걷는다.


나는 그가 앉았던 자리와

내 손에 남은 검댕을 번갈아 보고는

또 그 시커먼 손바닥을 흔들어

작별한다.


“까먹지 말어!

재는 또 비료로 쓰인다고!”


- 나문수,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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