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시집 『내가 다 안아 주겠다』 수록작

by 나문수

처음엔

솜털이려니, 했다


눈에 거슬려 잡아

당기고 당기고 당기고 당기고서야,

한 오라기 실이

심장 뛰는 자리에서

곰실대는 걸 안다


애물

툭 끊어지지도

확 뽑히지도 않는

愛물


이 무슨 능력인가


처치곤란으로 목에 두르던 게

목도리가 되더니

옷을 대신한다


기능이라고는 없어

더운 날에는 더 찌고

추운 날에는 더 쓸쓸하다


마음 하나대로 되는 게 없어

실은 그만두지 못하고 친친

휘휘친친

토리가 되는 줄 알았더니

고치가 된다


그래, 날개를 갖는 거야

좀 날아보는 거야!


그러자 사람들이

그동안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온다


“죽었네.”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저마다 폭이 다른 삽으로

흙을 퍼다 나른다

흙 퍼다 나르는 걸

사람은 재밌어한다


홀몸으론 날 수 없는 생에

우주가 퍼지듯

소리를 지른다


오만 가지 주파수야

우리는


관심 없는 사람들은 땀 흘릴까 곧

삽을 던져버리고는

뿔뿔 사라져

사라져버리고는,


이걸,

관이라고 부른다.


- 나문수, 「누에」


1.jpg
2.jpg
3.jpg
4.jpg
5.jpg
6.jpg
7.jpg
8.jpg
9.jpg
표지.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