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가 다 안아 주겠다』 수록작
처음엔
솜털이려니, 했다
눈에 거슬려 잡아
당기고 당기고 당기고 당기고서야,
한 오라기 실이
심장 뛰는 자리에서
곰실대는 걸 안다
애물
툭 끊어지지도
확 뽑히지도 않는
愛물
이 무슨 능력인가
처치곤란으로 목에 두르던 게
목도리가 되더니
옷을 대신한다
기능이라고는 없어
더운 날에는 더 찌고
추운 날에는 더 쓸쓸하다
마음 하나대로 되는 게 없어
실은 그만두지 못하고 친친
휘휘친친
토리가 되는 줄 알았더니
고치가 된다
그래, 날개를 갖는 거야
좀 날아보는 거야!
그러자 사람들이
그동안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온다
“죽었네.”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저마다 폭이 다른 삽으로
흙을 퍼다 나른다
흙 퍼다 나르는 걸
사람은 재밌어한다
홀몸으론 날 수 없는 생에
우주가 퍼지듯
소리를 지른다
오만 가지 주파수야
우리는
관심 없는 사람들은 땀 흘릴까 곧
삽을 던져버리고는
뿔뿔 사라져
사라져버리고는,
이걸,
관이라고 부른다.
- 나문수, 「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