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문수 Jun 19. 2021

너는 지금 어디에

거긴 행복이 있니?

인간에게는 과거와 현재, 미래 중에서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면 어딘가 막연한 구석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제와 오늘, 내일 중에선 뭐가 제일 중요할까. 

더 깊이 들어간다면, 아까와 지금, 그리고 나중 중에서는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물을 수 있겠다. 

아마 나의 또래들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다면 대다수는 현재와 오늘, 

그리고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할 것 같다. 


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는 이미 많은 청년들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사실 우리네도 ‘꿈’과 같은 미래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며 숭고히 여기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미래에 대한 대비-99.99%가 공부로 이루어진-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세뇌’ 탓에 저절로 반발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어떠한가. 

대학에 가면 뭐라도 될 거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가정 혹은 공교육으로부터의 자유 박탈. 


대학 졸업장만 따면 일자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시대는 

이미 그 고정관념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시대에 끝나 있었다. 

취업난이라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탓에 

요즘에는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참 기가 차는 소리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서 미안하다. 


흔히 어른 소리를 깨나 잡수시는 세대가 방송에 나와 

그런 식의 소리를 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사회를 만들었다. 만들어서 미안하다. 

누가 보면 프랑스 혁명 시대의 혁명가라도 되는 줄 알겠다. 

자기네들이 정말로 잘못한 게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대접 받아야 하고, 

1명이라도 부하 직원이 들어오면 편해지려고만 하는 문화를 만든 데에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직급이 낮았을 때에는 힘들게 했던 만큼 

높은 자리에 오르면 당연히 편해져야 한다고. 

딱 군대에서 볼 법한 쓰레기식 마인드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권리만 챙기고 책임은 떠맡기기 급급한 게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꼰대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걸 보고 그대로 배운 이른바 젊은 꼰대들의 양산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세상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정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거, 현재, 미래 중에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도 나이 든 정치인들이나 꼰대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개뿔. 역사를 알면 뭐하나. 그렇게 잘 아는 양반들이 별의별 쓰레기 짓은 다 하는데. 

그렇다고 미래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구석이 있다. 

미래가 보장된 사람들의 죽음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결국 돌고 돌아 우리를 가장 잘 납득시킬 수 있는 건 현재의 삶이다. 

현재는 언제나 과거보다 거대하다. 

과거는 현재가 지나온 흔적일 순 있어도 현재처럼 ‘지나옴’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미래 역시 현재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든 밝은 미래를 꿈꾸든 그것은 어김없이 현재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버거운 것 또한 현재다. 

피로, 고통, 좌절, 고독에 사로잡힌 현재의 처지. 

행복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행복에도 능력이 요구되는 게 아닐까. 평균 이하의 인간인 나에게는, 

그것이 평생에 한 번 쥐어볼 수도 없는 환상이 아닐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앞으로 5년을 더 하더라도 타인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암울하기 그지없다. 

‘오늘도 해야지. 여태 해왔듯이.’라며 꾸역꾸역 버티고는 있는데, 

당장 다 때려치우고 그냥 생각 없이 살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지금 포기한다고 한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직장은 어차피 계속 다녀야 할 거고, 책 읽는 거나 글 쓰는 거나 

이들로는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냥 남들처럼, 퇴근하면 유튜브나 보고 게임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까. 

뭐하러 나 혼자만 쓸데없이 피곤하게 사나. 이렇게 산다고 꼭 나중에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근데 또 정말 그만두어버리면 나라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곧 이십 대 후반을 앞둔 사회초년생. 딱 그렇게만 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이런 생각도 다 미래를 전제로 해서 그런 것이다. 

미래에 잘 될 거다 아니다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그렇다. 

그래 나중에 어찌 되든 알게 뭐람. 그냥 내 할 일 하고 재밌는 거 있으면 찾아서 하고. 

정 안 되겠으면 조금 쉬었다 하고 그러면 되겠지. 

너무 많이 걸어서 발이 아프면 걷는 걸 멈춰야지 신발을 탓해선 안 되는 노릇이니까. 

신경 쓰진 않았었는데, 나도 요즘엔 힘에 부치나 보다. 

부족하니까 더 해야지 싶어 몰아붙였던 게 독이었나.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었나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21. 5. 22.

작가의 이전글 가성비 좋은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